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혈서 서둘러 지우게 둬…‘윗선’ 지시 있었나

등록 2014-03-07 20:00수정 2014-03-09 10:38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 시도를 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입원 중인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중환자실 앞에 7일 오후 취재진이 모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 시도를 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입원 중인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중환자실 앞에 7일 오후 취재진이 모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찰, 자살시도 현장 은폐 의혹
‘접근 금지’ 띠도 하지 않고
4시간여만에 깨끗하게 청소
사진도 “없다”→“있다” 말바꿔
경찰 “간첩사건 관련인지 몰랐다”
민변 “명백한 증거인멸” 지적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자살을 시도한 현장이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서둘러 치워진 것을 두고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자살·타살 여부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사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훼손되도록 방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가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한 서울 영등포구 ㄹ호텔 방은 사건 발생 4시간45분여 만에 청소됐다. 경찰이 이날 오후 6시14분 현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 쓰러진 김씨의 옆 벽면에 피로 쓴 ‘국정원’과 ‘국조원’(국가조작원)이란 글씨가 발견됐다. 바닥과 벽면에는 상당한 양의 혈흔도 있었다. 이 흔적은 이날 오후 9시40분, 영등포경찰서 과학수사팀 등이 검찰의 연락을 받고 현장을 확인할 때도 그대로였다.

현장이 깨끗이 청소된 건, 김씨가 발견된 지 4시간40분, 과학수사팀이 현장에 도착한지 1시간20분 만인 밤 11시께였다. 통상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며 현장을 보존하는 것과 달랐다. 호텔 관계자는 “경찰이 청소를 해도 된다고 해서 방을 치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사건 현장 상황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살인 미수 등 타살 의혹은 없는지 조사해야 하므로 현장 보존은 필수다. 아울러 자살 시도가 명확하다 해도 자살 원인을 파악하는 데 현장은 그 자체로 중요한 단서다. 김씨의 ‘국정원’ 혈서는 국정원이 가한 압박을 표현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찰은 간첩 사건 증거 조작의 핵심 인물인 김씨의 자살 시도 현장에 ‘접근금지’ 띠도 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했고, 호텔 쪽이 황급히 정리하도록 놔둔 것이다.

경찰이 아예 조직적으로 현장 상황을 은폐하려고 한 정황도 나온다.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6일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두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이튿날 말을 바꿨다. ‘국정원’ 혈서 등이 존재했다는 것을 감추려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씨가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인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에 대해 검찰로부터 별다른 정보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호텔 방 화장실에 오물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고, 혈서가 방에 쓰여 있어 정신이상자의 단순 자살 기도 사건으로 봤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양승봉 변호사는 “강력 사건에서 현장 보존은 수사의 기본이다. 자살 기도인지도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현장에서 피로 쓴 글씨도 발견됐는데 경찰이 보존하지 않고 정리한 것은 증거인멸이며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