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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사 매우 대담하거나, 매우 멍청하거나…”

등록 2014-03-07 21:37수정 2014-03-09 10:37

검찰, ‘서울시 간첩 사건’ 증거 위조 정말 몰랐을까

국정원이 준 출입경기록
검찰서 파악한 사실과 정반대
중국정부가 발급 거부한 기록도
제출받은 뒤 의심 안해
자살시도 김씨 문서도 진위 안가려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 항소심 재판부에 낸 중국 공문서가 위조된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담당 검사들이 과연 국정원이 건넨 문서의 위조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의 문서 전달 과정을 보면, 검찰이 위조를 의심할 만한 계기가 적어도 3차례 이상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중순, 유씨의 2006년 5월 전후 중국-북한 출입경기록 문서를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검찰이 지난해 9월 말까지 파악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이 공문서가 맞다면 유씨의 공소사실은 물론이고 재판 전략을 통째로 수정해야 할 판이었다. 검사로서는 이 공문서가 과연 진본인지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앞선 1심 재판에서 국정원이 전달한 증거자료 가운데 유씨가 찍은 사진의 촬영 장소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조작된 사실도 드러난 뒤였다.

이 문서는 내용만 수상했던 것이 아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이 문서를 전달하기 전, 공식 외교 경로를 통해 이 문서를 요청했다가 중국 쪽으로부터 거절당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7~9월 법무부, 외교부, 중국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중국 길림성 공안청에 유씨의 출입경기록 발급을 요청했으나, “출입경기록 발급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요청해도 발급을 거절당했던 문서를 국정원이 들고 온 것이다. 당연히 의문을 품고 발급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또 검찰은 지난해 11월 선양 총영사관이 화룡시 공안국으로부터 팩스로 받았다는 ‘유씨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를 전달받았다. 이 확인서는 두달 전까지 중국 정부가 ‘출입경기록 발급 전례가 없다’던 공식 입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 역시 검찰이 문서의 진위를 의심할 만한 계기였다.

이번에 자살을 시도한 김아무개씨가 구했다는 삼합변방검사참(세관) 명의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에 대해서도 검찰은 진위를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문서에 대한 이인철 영사(국정원 파견 직원)의 번역문 작성사실 인증서만 법원에 냈는데, 이 인증서는 공문서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게 아니라 이 영사가 해당 공문서를 번역했다는 사실만 증명해주는 서류다. 선양 총영사관에 중국 공문서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절차가 따로 있는데도 검찰은 이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중국 공문서를) 의심하지 않고 법원에 냈다면 그 검사가 매우 대담하거나 매우 멍청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의심은 하면서도 국정원에 떠밀려 문서를 제출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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