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국가보안법 위반 입건 69명에서 165명으로 급증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국 규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역시 이처럼 비대해진 대공수사국이 무리한 수사에 나서며 벌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에 “대공수사국 인원이 원 전 원장이 취임한 2009년 초에 견줘 현재 30% 가까이 늘었다. 한 개 ‘단’ 규모가 늘어난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을 벌인 국정원 심리전단은 전체 규모가 7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대공수사국 규모가 늘면서 대공수사국장(1급) 휘하에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전담하는 대공수사단장(2급)의 명칭도 대공수사부국장으로 바뀌었다.
대공수사국 조직이 커지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입건 수도 부쩍 늘었다. 대검찰청의 국가보안법 처리 현황을 보면, 국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2004년 보안법 위반으로 158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2008년에는 56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취임 이후인 2009년 보안법 입건자 수는 69명으로 늘었고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여 지난해 165명을 기록했다.
인력이 늘어난 대공수사국은 공식 수사가 개시되기 전 단계인 내사 사건을 쌓아두는 경우도 많다. 이런 내사 사건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국정원 대공수사국이 10여년 전의 내사 미종결 사건을 특정 시기에 사건화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고 전했다. 증거를 중심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혐의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자의적 필요에 따라 수사가 이뤄지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한 전직 직원은 “위에서 증거가 부족한 내사 사건을 정식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수사단장(현 부국장)이 이렇게 지시해 담당 팀장이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다. 설익었다’고 말하자 ‘너 말고도 이 사건 수사할 사람 많다’며 방에서 쫓아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은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월 공개됐다. 이때 국정원은 유우성(34)씨를 긴급체포하고 한달 뒤 기소했지만, 유씨에 대한 내사는 2007년부터 이어져 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불리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 설익은 정보를 바탕으로 증거조작까지 불사하며 사건을 터뜨린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대공수사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공수사국의 경우 인사 교류가 거의 없고 국정원의 특성상 타 부서의 업무를 알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견제와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일한 견제 기관인 국정원 감찰실 역시 대공수사국 직원이 파견돼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국정원을 더는 수사기관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빗발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유식 소장(변호사)은 “현재 국정원 대공수사국은 진짜 간첩을 잡는 것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수사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 정보기관이 되려면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하루빨리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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