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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정원, 거짓말에서 발뺌으로…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등록 2014-03-23 20:44수정 2014-03-25 10:56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들머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책임을 물어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들머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책임을 물어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간첩 증거조작’ 중간 점검

중국 ‘3건 모두 위조’ 확인에도
대검 문서감정 결과에도 불복
거짓 해명·말바꾸기 일삼아

국정원 윗선개입 정황 나오자
“협력자가 먼저 입수 제안
위조 지시·공모 없었다” 변명
검찰, 대공수사팀장 소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에 대한 검찰 진상조사와 수사가 한달 이상 진행되면서 유우성(34)씨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려한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이아무개 국정원 대공수사팀장도 불러 조사하며 국정원의 어느 선까지가 개입했는지를 캐고 있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여전히 “위조를 지시하거나 공모하지 않았다. 위조된 줄 몰랐다”며 국정원 협력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 어떻게든 유죄 받아내려 증거조작 탈북 화교 출신으로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씨는 지난해 1월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2006년 5월23일 어머니 장례식 참석 차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나흘 뒤인 5월27일 중국으로 나온 뒤, 그날 곧바로 다시 ‘두만강을 몰래 건너’ 북한에 들어갔다가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간첩교육을 받았고, 이후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건넸다는 게 핵심 혐의였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유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이 시작되자 유씨의 변호인단은 ‘2006년 5월27일 중국으로 나온 뒤엔 북한에 간 적이 없다’며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을 법원에 냈다. 그런데 국정원·검찰은 ‘5월27일 이후 유씨가 북한에 있었다’며 변호인단이 낸 것과 다른 내용의 출입경기록을 제출했다. 유씨가 2006년 5월27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뒤 그날 다시 ‘합법적’으로 북한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국정원·검찰은 ‘유씨가 두만강을 몰래 건넜다’고 주장해 왔는데, 자신들이 낸 유씨의 출입경기록은 이런 주장과 정반대였다.

그런데도 국정원·검찰이 이 기록을 낸 것은 ‘한방’에 유씨의 주장을 깰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유씨는 2006년 5월27일 이후 북한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국정원·검찰이 낸 출입경기록이 맞다면 유씨가 모두 거짓말을 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보려고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에 손을 댔을 가능성이 높다.

유씨의 변호인단이 ‘국정원·검찰 제출본은 위조’라고 주장하자, 국정원·검찰은 ‘위조가 아니다’는 취지의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법원에 냈다. 이 ‘사실확인서’는 대검이 요청해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이 대검에 ‘공문’ 형식으로 보냈는데, 실제는 국정원과 협력자가 문서 내용을 꾸민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유씨의 변호인단이 지난해 11월26일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으로부터 유씨 출입경기록에 대한 ‘정황설명서’를 받아오자, 국정원은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까지 꾸며냈다.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위조했다고 밝힌, 그 문서다.

■ 거짓말·떠넘기기·모르쇠 지난달 14일 중국 정부가 국정원·검찰이 법원에 낸 중국 공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밝히자, 당일 밤 국정원은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했다. 사실에 부합하는 문서로, 위조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공문서 3건 중 2건은 ‘외교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자, 국정원은 ‘비공식으로 얻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국정원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DFC)가 중국 삼합변방검사참 발급문서 감정결과를 내놓자 이 또한 못 믿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진본이라고 밝힌 유씨 쪽 문서와 국정원·검찰이 낸 문서에 찍힌 도장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왔는데, 국정원은 “같은 인장도 찍을 때 힘의 강약, 인주 상태 등에 따라 글자 굵기가 달라져 정밀감정시 완벽하게 일치되지는 않는다”는 해명을 내놨다.

국정원 협력자 김씨가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하면서 중국 문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국정원은 지난 9일 밤 “송구스럽다”는 사과문을 냈다. 이때도 국정원은 문서 위조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문서들의 위조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도 매우 당혹스럽다”고만 말했다. 문서 위조 사실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국정원 협력자 김씨에게 문서 입수를 부탁한 대공수사국 김아무개 과장(일명 김사장)을 지난 19일 구속한 뒤에도 국정원은 여전히 “김씨가 먼저 연락해와 해결책이 있다고 했고, 김 과장은 김씨의 말을 믿었다. 김 과장은 답변서 위조를 지시하거나 공모하지 않았고, 위조방법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협력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력자의 문서 위조와 국정원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태도다.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가 성공할지, 아니면 증거조작의 윗선이 드러날지는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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