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시도한 국가정보원 권아무개 과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병원 경비직원이 안쪽을 찍지 못하게 손으로 가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정원 요원의 명예훼손” 유서
차안서 번개탄 피워 의식불명
차안서 번개탄 피워 의식불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권아무개 과장이 검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낸 뒤 자살을 시도했다. 검찰은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24일 검찰과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권 과장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22일 자살을 시도했다. 권 과장은 22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한 중학교 앞 길가에 싼타페 승용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권 과장은 에이(A)4 용지 9장 분량의 유서에 “검찰이 한쪽으로 방향을 잡고 수사를 하면서 목숨 걸고 일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국익을 위해 중국에서 사형을 당할지언정 국내에서 죄인처럼 살 수는 없다”는 등의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한 여성의 신고로 119 구조대를 통해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시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서울아산병원은 24일 오후 6시 “22일 오후 6시30분께 도착했을 때 심장 상태가 좋지 않았다. 환자는 가스 중독으로 심폐소생술을 위해 응급중환자실에 있고 의식불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자살 시도 직전 검찰 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22일 자정께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협조자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은닉 활동들을 검찰이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며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에서 27년 동안 대공 업무를 맡아온 권 과장은 지난달 중국 선양 주재 총영사관 부총영사로 파견된 인물로,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34)씨 사건에 내사 단계부터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권 과장이 위조된 중국 공문서 입수 방법을 기획하는 구실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권 과장이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 답변서 위조본을 추가 증빙할 목적으로 이인철 선양 총영사관 영사(국정원 직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의 자살 기도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수사는 수사논리에 따라 진행해 빠르게 진상을 밝히고 조속히 종결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선식 김기성 서영지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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