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진도간첩단 조작’ 판결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980년 ‘1차 진도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김아무개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재심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유족들은 적법한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제한 뒤 “원심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가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해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할 정도로 과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군이 고향인 김씨는 1960~70년대 외삼촌인 남파 간첩을 따라 북한에 다녀온 뒤 진도군에 주둔하는 해안경비 상황을 북한에 보고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1980년 기소됐다. 김씨는 이듬해 사형이 확정됐고, 4년 뒤 형이 집행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작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김씨의 유족은 2009년 재심을 청구했으며, 재심 과정에서 김씨가 수사기관에 불법 체포·구금을 당했고,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한 사실이 인정돼 2년 뒤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유족은 곧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1심 재판부는 김씨 본인의 위자료를 25억원으로 정하고,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 3억5000여만원을 제외한 2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민사소송에서 사망한 개인에게 인정한 정신적 위자료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었다. 또 재판부는 김씨의 부인에게 7억5000만원, 김씨의 어머니에게 4억5000만원, 자녀 5명에게 3억원씩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