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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판부, 국정원 잘못 1심보다 더 조목조목 짚어

등록 2014-04-25 21:30수정 2014-04-26 00:32

25일 오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씨는 담담하게 소감을 말하다가 지인이 꽃 한송이를 건네자 잠시 밝게 웃기도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5일 오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씨는 담담하게 소감을 말하다가 지인이 꽃 한송이를 건네자 잠시 밝게 웃기도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우성씨 항소심 무죄 판결
* 유가려 : 유우성씨 여동생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유우성(34)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에서의 불법적인 수사 관행에 일침을 놨다. “국정원 수사관들이 동생 유가려씨에게 불필요하게 모욕과 망신을 줘 조사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구체적인 유무죄 판단에서도 1심보다 더 분명히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잘못을 조목조목 짚었다.

“장기간 사실상 구금 상태
심리적 불안감·위축 속에서
수사관 회유에 넘어가 진술
유가려 진술 증거 능력 없다”

변호인단, 국가 상대 손배소
국정원 수사관 위증 혐의 고소

■ 합신센터 불법 구금과 유가려 거짓진술 인정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흥준)는 25일 유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로 제출된 동생 유가려(27)씨의 진술과 관련해 “(합신센터에서) ‘자백하면 오빠와 같이 한국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거짓)진술한 것”이라며 “부당하게 장기간 계속된 사실상의 구금 상태에 있었는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심리적 불안감과 위축 속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진술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유가려씨는 2012년 11월5일 합신센터에서 스스로를 화교라고 밝혔다. 화교는 국정원 보호대상이 아닌데도 국정원장은 이후 171일이 지난 2013년 4월24일에야 유씨를 풀어줬는데, 재판부는 이런 조치가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봤다. 이 기간 동안 국정원이 유씨를 독방에 가두고,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게 한 뒤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감시했으며, 달력을 제공하지 않아 날짜 감각을 없도록 했고, 외부 연락이나 접견도 금지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외부와 차단돼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국정원 수사관이 유가려씨에게 ‘있는 죄를 다 진술해서 깨끗이 털어버리면 오빠와 같이 살 수 있다’고 회유하자 오빠와 같이 살 수 있다는 헛된 기대를 품고 유가려씨가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합신센터에서 한 유가려씨의 모든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유씨의 진술 내용 가운데 오빠와 공범관계로 보일 수 있는 부분만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1심 재판부보다 더 나아간 셈이다. 이렇듯 재판부가 국정원 조사 방식을 거론하며 불법적이라고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 검찰 부실수사도 꼬집어 항소심 선고를 7일 앞두고 검찰은 유우성씨가 북한 보위부에 노트북을 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입증할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겠다며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2009년 6월 유씨가 국정원 조사를 받을 당시 ‘내게 보낸 메일함’에 올려둔 메모를 새로운 증거라며 제출한 것이다. 이 메모에는 ‘노트북 사양’, ‘중국-북한 통행증 발급기관’, ‘외당숙의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검찰은 이 메모가, 유씨가 중국에 있는 외당숙을 통해 북한 보위부에 노트북을 전달한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씨의 변호인단은 당시 국정원에서 허위자백을 했던 내용을 메모로 정리해 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중고 노트북 북한 전달 혐의에 대해 “실제 유사한 사양의 노트북 무게가 우편물 접수대장에 쓰여 있는 무게를 훨씬 초과하고, 품목이 적혀 있는 기표지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수사 부실을 꼬집었다. 결국 검찰은 유씨가 탈북자로 신분을 속여 정착 지원금을 타낸 혐의(북한이탈주민 보호법 위반)에 사기죄를 추가해 유죄를 받아낸 것 말고는 항소심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셈이 됐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김용민 변호사는 “‘고문’이라는 단어만 쓰지 않았지 사실상 국가정보원이 고문을 통해 유씨의 동생 유가려씨를 회유했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다. 폭행·협박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은 게 아쉽지만 국정원의 불법 수사 행태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은 물론, 불법 수사를 하고 이를 법정에서 부인한 국정원 수사관들을 위증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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