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와 관련한 수사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우 서장은 이날 변사체의 지문이 유 전회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2014.7.22 / 순천=연합뉴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6개월짜리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21일 공교롭게 그의 주검이 확인되면서 검찰이 체면을 구겼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질책에 군까지 동원하면서 전국을 샅샅이 뒤지다시피 했던 검찰이 사실상 ‘바보’가 된 꼴이다.
대검이 21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139명이나 구속했다며 졸고 있는 해경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까지 공개했지만 심야에 터져나온 ‘유병언과 디엔에이(DNA) 일치 주검 발견’ 뉴스는 검찰을 머쓱하게 했다. 하필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일에 국과수의 디엔에이 분석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경찰이 검찰을 골탕먹이려 한 게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잡히지 않자 유명 역술인까지 청사로 불러 행방을 묻는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행방을 쫓아왔으나 결국 멍청한 수사를 한 셈이 됐다. 경찰 발표대로라면 주검 발견 직후 최소한의 주의만 기울였어도 이런 망신은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순천경찰서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오전 9시6분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매실밭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주검이 발견됐다. 현장에는 막걸리 빈병 1개, 소주 빈병 2개와 함께 구원파 계열사인 한국제약이 생산하는 ASA 스쿠알렌 빈병 1개와 가방 1개 등이 있었다.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도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유 전 회장이 5월25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마지막으로 달아났는데 18일 정도 지나 2㎞ 정도 떨어진 현장에서 의문의 주검이 발견됐다면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 수사기관이라면 당연한 상식이다.
또 검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주검에 대한 부검 영장을 신청할 때 유류품 사진과 현장 사진, 주검의 모양 사진까지 모두 검찰에 보낸다. 검사는 그걸 갖고 부검을 할 것인지, 단순히 주검을 보는 것으로 끝낼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세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수사기관들이 이처럼 유 전 회장의 주검일 가능성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정상이 아니다.
22일 오전 기자들과 대검 반부패부장의 문답은 코미디에 가깝다.
6월12일 변사자 보고를 받고 검찰이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추궁에 “너무 흔한 일이고 대검에서 일반적으로 파악할 그런 게 아니라”면서 “순천에서 이 사건을 지휘한 정아무개 검사는 루틴한 일을 하는 검사고…세월호에 빠져 있는 고참들 업무까지 가져와서 계속…”이라고 발뺌했다.
그래도 “눈여겨 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기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모든 검사나 부장들이 중요사건에 대해 자기 일처럼 관심 가져주길 기대하는데 뜻대로 잘 안된다”고 사실상 ‘항복’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표단과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군대까지 동원해 유병언 잡겠다고 큰소리치던 경찰과 법무장관이다. 생포는 커녕 시체를 은신처 코앞에서 발견해놓고 40일간 방치한 어이없는 정권, 어이없는 경찰, 어이없는 법무장관”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신뢰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