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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독수리 5형제’ 등장 뒤엔 개혁적 판사들 ‘반기’ 있었다

등록 2014-09-23 20:41수정 2014-09-24 08:22

2003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이
관례대로 대법관 후보 제시하자
판사들 연판장 돌리며 인선 비판
대법관 구성 다양화 계기 열어
2004년~2006년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이끈 이른바 ‘독수리 5형제’(김영란·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의 등장은 이용훈 대법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바탕에는 사법부 내 개혁적인 판사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2003년 8월12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대법원이 기존 관행대로 대법관을 제청하려 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취지로 2003년 7월 만들어진 기구다.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은 기존 ‘관례’대로 자문위원회에 이근웅 대전고법원장, 김용담 광주고법원장, 김동건 서울지법원장을 대법관 후보자로 제시했다.

이튿날 이용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대법관 인선과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하루 만에 100여명의 판사들이 지지 서명을 했다.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도 동참의 뜻을 밝히며 대법원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사직서를 냈다. 14일 판사 144명의 이름이 적힌 연판장이 대법원장에게 전달됐다.

판사들의 움직임에 깜짝 놀란 최 대법원장은 “다음부터는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후보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고, 판사들도 한발 물러섰다. 이런 배경에서 같은 달 19일 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헌법재판소의 첫 여성 재판관으로 지명됐고, 이듬해 8월에는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듬해 9월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을 임명제청했다. 일부에서 ‘4차 사법파동’이라고 일컫는, 판사들의 연판장 사태가 남긴 결과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사법부 내부 동력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권순일(55)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양창수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제청되자 수원지법 송승용 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11년 전 ‘사태’를 정리하고 그 의미를 평가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03년 ‘제4차 사법파동’은 법원 내부의 자발적인 역량들이 모여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거쳐 사법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으로 평가될 것”이라며 “다음 번 대법관 제청 때는 최고엘리트 법관이 아닌 인권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법조인에게 문호를 개방했으면 한다. 법원 내·외부의 이런 요청이 적극 반영되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3년과 달리 법원 내부에서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은 이어지지 않았다. 정치와 사회의 보수화와 법관들의 보수화·관료화로 인해 사법부 개혁의 내부 동력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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