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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빅브라더’ 꿈꾸는 국정원의 궁색한 논리 “간첩들이 휴대폰 써서…”

등록 2015-07-14 15:29수정 2015-07-14 16:03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도로의 난간 뒤로 국가정보원 청사가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도로의 난간 뒤로 국가정보원 청사가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정원의 오랜 숙원,통신비밀보호법 개정
17대 국회부터 야당 의원들에 ‘끈질긴 로비’
“법안 처리 안하면 간첩 천하 될듯 위기감 조성”
대선개입 논란뒤 잠잠…작년 새누리에서 재발의
17대 때 국회 정보위원을 지낸 야당의 한 다선 의원은 2005~2006년 감청 범위를 확대하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을 위해 국가정보원이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벌인 로비 활동의 집요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국정원 국회 파견관이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을 잇는 지하통로를 이용해 수시로 여야 의원들 방을 들락거리며 집요하게 법안 처리를 부탁했다. 법사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이 주요 타깃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국정원 활동비가 넉넉했는지 노골적 로비도 적지 않았다.”

당시는 삼성엑스(X)파일 사건에 이어 ‘2002년까지 광범위한 통신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장의 진술이 있었던 직후여서 수사·정보기관의 도·감청에 대해 민심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였다. 이 의원이 기억하는 당시 국정원의 논리는 단순했다. “간첩들이 휴대전화·이메일을 주로 이용하는데, 정보기관이 이를 탐지하려면 휴대전화·통신 감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법안 처리를 안 해주면 대한민국이 당장 간첩 천하가 될 것처럼 위기감을 조장했다.”

국정원의 끈질긴 로비 덕인지 통비법 개정안은 2007년 6월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다. 이동통신 업체와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감청장비를 통신망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 국내에서 이용되는 모든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감청을 가능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인권·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열린우리당은 본회의 상정을 포기했고, 17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감청 권한 확대를 위한 국정원의 끈질긴 노력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에도 계속됐다. 임기 시작과 함께 확산된 ‘촛불집회’로 정권위기를 경험한 이명박 정부는 18대 국회에서 국정원법·통비법 등 5개 법률의 제·개정을 추진했다. 국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을 받아 범죄 혐의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감청할 수 있게 하는 한편, 국정원의 직무 영역을 산업기술과 경제·환경 등 ‘신안보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국정원은 “2005년 이후 휴대전화 감청이 이뤄지지 못해 대공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하지만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런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내고, 야당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정원은 또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여파로 국정원의 통비법 개정 노력은 잠시 주춤했다. 19대 국회에선 국정원이 아니라, 국회 정보위원장이던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총대를 멨다. 서 의원은 통신업체에 휴대전화 감청 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을 2014년 발의했다. 개정안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17·18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과 내용이 대동소이했다. 정보기관 사정에 밝은 한 야당 의원은 “수사 목적 상 합법적 감청은 필요하지만, 정보·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언제든 정치적 목적의 사찰에 남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세영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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