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곳곳에 내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웁니다” 현수막.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제공
교육부 고시 ‘2015 개정 교육과정’ 가이드라인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학습 요소로 구체 명시
새누리는 “아이들이 주체사상 배워요” 색깔론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학습 요소로 구체 명시
새누리는 “아이들이 주체사상 배워요” 색깔론
새누리당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웁니다”라는 내용으로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해 색깔론을 펼치는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달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주체사상과 세습체제’가 ‘학습 요소’로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사회과 한국사의 성취기준을 보면,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 단락의 ‘북한의 변화와 남북 간의 평화 통일 노력’ 소주제의 ‘학습 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 공동 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탈북자”가 적시돼 있다.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과목, 교육 내용, 수업 시수 등을 결정하는 사안으로, 교과서 제작을 하고 교사가 수업 내용을 짤 때 무조건 따라야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데, 앞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2011년부터 적용돼 아직 초·중·고교 전체에 확대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졸속 추진 논란이 일었다.
특히 앞선 ‘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같은 영역에서 “북한 사회의 변화와 오늘날의 실상을 살펴보고, 남북한 사이에서 전개된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파악한다”고 서술되어 있는 것에 견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등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고,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제작된 현행 역사교과서에서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해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가 구체적으로 ‘주체사상’ 등을 명시해 교육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과 엇갈리는 행보로 색깔론을 펼친 셈이다.
뉴라이트 역사학계는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제작된 현행 역사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라는 색깔론을 펼쳐 왔다. 그러나 뉴라이트 역사학계가 색깔론을 펼친 교과서 가운데 하나인 금성출판사 발행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를 보면, ‘북한, 세습체제를 구축하다’는 단락에 ‘주체사상의 성립과 그 역할’을 서술하면서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비판적인 서술을 담고 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독산고 교사)는 이에 대해 “이전 교육과정에서도 북한의 변화를 설명하는 건 교육과정의 주요 요소인데, 박근혜 정부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가 좀 더 상세하게 표현되면서 ‘주체사상’ 등이 명시된 것”이라며 “북한도 민족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맞다. 공부하면서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역사교과서도 이명박 정부가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 작성된 것인데, 교육과정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색깔론을 펼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독일의 경우에도 서독 시절 동독에 대한 교육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2015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한국사 성취기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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