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공기업 제외)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을 정조준한 이번 검찰 수사는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2008년 삼성 특검, 2011년 한화·에스케이(SK) 이후 최대 규모의 재벌 수사다.
재계 2위의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몽구 회장은 2006년 1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8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재판 중 사회에 1조원을 환원하기로 한 그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2008년엔 특검이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등 임원 10명을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4조5천억원 규모의 차명자산을 보유하고 세금 1128억원을 포탈한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는 무죄,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11년엔 현재 재계 순위 8위인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3200억여원대 회사 자산을 부당 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회사에 1041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같은 해 검찰은 현재 재계 순위 3위인 에스케이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했고, 최 회장은 징역 4년(2년7개월 복역 뒤 사면복권), 동생 최 부회장은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포스코와 효성이 수사를 받았지만 기업 규모와 수사의 범위에서 롯데에 미치지는 못한다. 검찰은 지난해 현재 재계 6위인 포스코의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해 8개월 동안 장기간 비리 의혹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이 소유한 하청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12억원의 이익을 보게 하는 등 뇌물공여와 배임 혐의 정도만 찾아내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그쳤다. 또한 검찰은 조석래(80) 효성그룹 회장을 1500억원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 징역 3년형을 받아냈으나, 효성그룹은 현재 재계 25위로 롯데에 비하면 기업 규모가 작은 편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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