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직 수사 안한다”라면서도 수사 가능성 열어놔
대통령 대학 동기, 공군 출신 장교·장성 등 로비 의혹
대통령 대학 동기, 공군 출신 장교·장성 등 로비 의혹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서면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지난 15년 동안 불허된 건축 승인이 갑자기 허가된 배경과 이 과정에 롯데 쪽의 불법적인 로비가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에 착수할 단서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는, 2005~2010년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지낸 장경작(73)씨와 전직 공군 장교인 이아무개·신아무개씨, 전 공군참모차장 출신 천아무개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로비를 담당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인 2005년 2월1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제2롯데월드에 대한 첫 찬성 발언을 내놓는데, 그로부터 사흘 뒤인 2월4일 장씨가 호텔롯데 대표에 취임한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에 대한 허가권을 쥐고 있어, 롯데로서는 반드시 챙겨야 할 대상이다.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2월, 장씨는 호텔롯데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년여 만에 롯데는 정부로부터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받는다. 장씨는 제2롯데월드가 확정된 뒤인 2010년 3월 회사를 나온다. 당시 정치권에서 ‘친구 게이트’라며 유착 의혹을 제기했고, 현재 장씨는 이 전 대통령이 만든 청계재단의 감사로 재직하고 있다.
예비역 대령인 신씨와 중령인 이씨는 국무총리실이 주도한 서울공항 안전성 검증 작업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 검증 작업이 통과되면서 제2롯데월드 허가는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제2롯데월드 찬성 활동을 벌여왔고, 롯데 쪽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2008년 12월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축과 서울공항 상생 방안 모색’ 콘퍼런스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 주최하고 발표자로 나섰다. 이 콘퍼런스는 제2롯데월드 찬성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행사로, 롯데가 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와 이씨가 롯데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도 나온다. 2009년 4월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옥이 전 한나라당 의원은 “(서울공항) 안전 점검에 참여한 신○○ 예비역 공군대령과 이○○ 예비역 공군중령은 롯데로부터 공식적으로 2억5000만원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006년 공군참모차장에서 전역한 천씨는 서울공항 활주로 이전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항공기 부품제조사인 ㅂ사에 입사한 천씨는 2010년부터 이 회사 회장을 지냈다. 검찰은 ㅂ사가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으로부터 13억원을 받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 돈이 제2롯데월드 사업 비용을 줄이기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 쪽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대가로 서울공항 활주로 공사 비용을 내기로 했는데, 최종 비용은 애초 추산했던 3000억원보다 대폭 줄어든 950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장 출신 천씨가 공군에 대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롯데케미칼 등 부당거래 의혹이 제기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6일 “롯데케미칼에 일본롯데물산과의 자금거래 관련 자료 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료를 받아본 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한·일 사법공조도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24년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해온 김아무개씨를 15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신 총괄회장이 비밀 금고에 수십억원의 현금 등을 보관한 이유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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