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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향욱-우병우-이건희…영화 ‘내부자들’은 현실이었다

등록 2016-07-22 13:47수정 2016-07-25 11:15

잇따라 터진 대형 뉴스들, 영화 너무 빼닮아
누리꾼들, 영화 다운로드하며 현실과 비교분석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진경준 전 검사장(왼쪽)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진경준 전 검사장(왼쪽)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장면1.

청와대 민정수석(김병옥 역)과 서울지검 부장검사(정만식 역)가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눈다.

청와대 민정수석 : 장필우(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나하고 대검에 있을 때 X 같았거든. XX 놈이 여기 들어와서 안방 차지하면 날 가만두겠냐고.

서울지검 부장검사 : 가만 안 두겠죠.

청와대 민정수석 : 그리고 너, 김석우(또 다른 대통령 후보)가 너 고등학교 선배라며.

서울지검 부장검사 : 국민학교로 알고 있는데요.

청와대 민정수석 : 나 대학 선배야~ 그림 좋잖아.

서울지검 부장검사 : 아, 나쁘지 않죠.

청와대 민정수석 : 뒤처리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장필우만 확실히 잡어.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장면2.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김홍파 역)과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백윤식 역)이 대화를 나눈다.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 : (신문을 보면서) 이 빨갱이 새끼들 이거. 이래서 인간들은 덜도 말고 딱 굶어 뒤지지 않게 살게 해줘야 딴생각을 안 하는 긴데.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 너무 괘념치 마시고, 조금 기다려 보시죠 회장님.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 : 무슨 소리고.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그 뭐하러 개·돼지한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 : (만족한 듯 웃으며) 그래.

2015년 11월19일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의 장면들이다. 이 장면들과 흡사한 사건들이 발생해 2016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내부자들>은 극사실주의 영화였다”, “영화 보면서 설마 저렇게까지 할까, 과장한다 생각했는데 실사판이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장면1은 자연스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장면은 민정수석과 검사장보다 급이 낮은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유력 정치인을 표적 수사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현실의 우병우 수석과 진경준 검사장은 선후배 관계를 이용해 기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디테일의 차이는 있지만 우병우 수석과 진경준 검사장의 사이 역시 영화 속 두 사람처럼 학연으로 뭉쳐 있다. 둘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도 있다. 게다가 우병우 수석이 거쳐 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과 부천지청 지청장 자리를 진경준 검사장이 뒤이어 맡기도 했다.

보수 언론의 논설주간이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라고 말한 #장면2도 최근 실사 그대로 재현됐다. 교육부 고위 관료인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이 <경향신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영화 ‘내부자들' 멘트처럼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다. 결정적인 장면은 #장면3에서 터졌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뉴스타파>가 2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011~2013년 성매매 의혹을 보도하며 공개한 영상에서 이 회장이라고 지목된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가 2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011~2013년 성매매 의혹을 보도하며 공개한 영상에서 이 회장이라고 지목된 남성이 소파에 앉아 있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장면3.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역)와 지방대 출신 검사 우장훈(조승우 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오현수 회장과 장필우 후보, 이강희 논설주간의 ‘1% 카르텔’ 문제를 폭로하려고 해도 이들의 촘촘한 대응 앞에서 좌절하게 된다. 그러자 마지막 방법을 쓴다. 안상구가 폭력을 써서 얻어낸 이강희의 자백 파일을 미끼로 우장훈이 이강희에게 접근하고, 이를 계기로 우장훈은 카르텔의 ‘내부자'가 된다. 그리고 오현수 회장과 장필우 후보, 이강희 논설주간과 함께 성 접대를 받으면서 그 장면을 몰래 찍어 재벌과 유력 정치인, 보수 언론의 추악한 카르텔을 적나라하게 공개한다.

영화에는 재벌 회장과 유력 정치인, 보수 언론 논설주간이 옷을 벗은 여성들을 옆에 앉히고 노골적으로 성접대를 받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 적나라한 성접대 장면에 많은 이들은 현실에서도 설마 그럴까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21일 저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담긴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영화 속 장면 역시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영화 <내부자들>을 재평가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회고하며 현실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일부에선 <내부자들>을 재개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22일 오후 1시 현재 네이버 영화 실시간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내부자들>이 6위, 편집된 분량을 좀 더 추가해서 개봉했던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7위에 오른 상태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영화 ‘내부자들’ 트레일러

[디스팩트 시즌3#12_넥슨 특혜? '리틀 김기춘' 우병우 집중 분석]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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