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안쪽 고급빌라 보안 철저
“이회장 드나들었다는건 옛 얘기”
경찰 “동영상 확보뒤 내사착수 결정”
“이회장 드나들었다는건 옛 얘기”
경찰 “동영상 확보뒤 내사착수 결정”
“어디서 왔어요?”
케이크상자를 배달하러 온 듯한 남자가 건물에 성큼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이 막아섰다. 22일 찾아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의혹 동영상 속 장소 중 하나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급빌라는 외부인 출입을 일일이 확인할 만큼 보안이 까다로운 곳이었다. 주민과의 통화로 배달온 게 확실하자 경비원은 엘리베이터의 비밀번호를 직접 눌러 배달원을 올려보냈다. 경비원과 얼굴을 익힌 또다른 택배 배달원만이 배달가는 호수를 말하며 그나마 쉽게 통과했다.
21일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보도하며 안가로 쓰인 이 빌라를 언급했다. 평일 낮 주택가 골목이어서인지 길 안쪽에 위치한 빌라 앞에선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쉽지 않았다. 빌라는 언덕길 위 건물이어서 구조가 특이하다. 1층으로 보이는 빌라 앞쪽 경비실과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로비는 지하 2층으로 불린다. 경비실 위층이 지하1층 주차장이며, 실제 거주자들은 4층 높이 건물에 산다. 한층당 3가구씩 모두 12가구가 살고 있다. 근무한지 이제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경비원은 “현재 연예인 등 유명인은 살지 않으며 공실은 없다”고 했다. 그에게 이 회장에 대해 묻자 “예전에 여기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면서 “삼성 관련된 얘기는 들어보지 못해 관련된 사람들이 (현재) 사는 지 어떤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이 회장은 103호에 살았는데 지금은 안 사는 걸로 안다”며 “여자들 얘기도 들어는 봤는데 옛날 얘기”라고 했다.
현행법상 성매매는 불법 행위다.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면 이 회장은 물론 성매매를 알선한 쪽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쪽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 변호사는 “공소시효만 문제없다면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이 회장을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날 "이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당혹스럽다"면서 "이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의혹에 대해 사실상 시인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지능범죄수사대를 통해 뉴스타파측과 접촉해 (동영상) 자료를 받을 수 있을 지 확인할 방침"이라며 "자료를 확보하면 그걸 확인하고서 내사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개된 동영상만 보면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옷을 입고 있어서 확실히 성매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영상을 받은 다음에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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