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4일 민정수석실에서 찾아냈다고 공개한 문건은 그동안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속내와 배경이 드러난 종합판 성격을 띠고 있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표현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가 예고한 것처럼 이 문건이 특검을 통해 검찰로 넘어오면, 검찰은 이 문건의 작성자뿐 아니라 작성 시기와 이유, 활용 여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특검이 이번에 공개된 자료 가운데 주목하는 부분은 해당 문건의 작성 시기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문건의 작성 시기와 관련해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의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3년 3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와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의 자료’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추가 조사를 통해 이런 작성 시기가 사실로 확인되면, 검찰과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보고 반색하고 있다.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검찰과 특검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바 있는 ‘2015년 7월 박근혜-이재용 독대 말씀자료’와 관련이 있다. 이 ‘말씀자료’에는 삼성 후계 승계와 관련해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화돼 삼성이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승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자료를 작성한 윤인대 전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넣은 것은 아니며, 언론보도를 보고 생각해서 썼다”며 청와대의 조직적인 삼성 승계 지원 의도를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자료는 윤 전 행정관 등의 이런 주장에 신빙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소한 ‘박근혜-이재용’ 독대 한달 전인 2015년 6월 전에 청와대가 ‘삼성 승계 지원’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 조사를 하는 등 사전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건을 좀 더 확인해봐야 하지만 어쨌든 청와대가 그 전부터 삼성 승계를 지원할 의사를 갖고 이를 세세하게 기획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상대를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는 게 확인되고, 그런 뜻을 아는 이가 돈을 지원했다면 이는 명백한 뇌물죄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도 “뇌물죄 입증에 쐐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특검도 이 부회장 재판 시작 때부터 법원을 통해 청와대에 삼성 관련 내부 문건 등이 있는지 찾아달라고 사실조회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엔 정권이 바뀌기 전이어서 특검의 이런 요청이 사실상 묵살당했다.
검찰은 청와대 자료를 확보한 직후 최대한 서둘러 추가 조사를 한 뒤 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이 부회장 재판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재판부가 8월 말까지는 선고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특검으로선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추가 증거로 이를 제출해야 한다.
김민경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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