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완전 직립에 성공해 작업자들이 고정하는 기둥을 덧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세월호 사건’을 특정 법원의 판사에게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보고서에 인용되지 않아 관련 파일 410건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특조단은 29일 신광렬 당시 인천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재판장으로 하는 특별재판부를 만들어 세월호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이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문건에 담겼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임종헌 전 차장이 기조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5월5일 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했다. 검찰이 광주지법에 이준석 선장 등 15명을 구속기소한 2014년 5월15일 이전에 작성됐다.
검찰은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검찰 수사본부를 구성해 세월호 사건을 수사했다. 이준석 선장 등의 구속도 광주지검 목포지원에서 결정됐다. 따라서 문서가 작성될 시점에 세월호 사건 재판 관할은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있었다. 그런데 행정처는 광주지법 목포지원과 인천지법 중 인천지법 중 규모 등으로 보아 인천지법이 적정하고, 재판을 진행하면 수석부 또는 수석부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특별재판부, 일반 형사부 등에 배당하는 안을 검토하고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고, 세월호 사건은 광주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됐다.
당시 인천지법 수석부장은 신광렬(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다. 신 부장판사는 행정처 법무담당관·기획담당관·사법정책1심의관 등을 지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때인 지난해 여론 조작에 나선 군사이버사 수사를 축소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광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한 바 있다.
안철상 처장은 이날 출근하며 기자들을 만나 “정상적인 사법행정이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세월호 사건 관할 법원은 광주지법 목포지원이지만 규모상 큰 사건을 한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광주지법이냐 인천지법이냐를 검토했다. 결국 목포지원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광주지법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조단은 문건을 작성한 이유를 조사하지는 않았다. 특조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드는 문건이 410건이라고 밝혔지만, 그중 174건만 조사보고서에 인용했다. 174건 중에서도 있는 그대로 부분공개된 문건은 3건에 그쳤다. 특조단이 공개한 문건 목록 중에는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외에도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BH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문제법관 시그널링 및 감독 방안’ 등의 제목이 내용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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