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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커진 국가경찰 기능, 자치경찰에 얼마나 넘길지 기준 빠져

등록 2018-06-21 19:15수정 2018-06-22 07:43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과제들

자치경찰제 2022년 전국 확대
내년부터 서울·세종서도 시범 실시
자치단체로 경찰 일부 조직 넘겨야
이관 업무 규정 없어 진통도 예상

경찰 내부 개혁 숙제
인권침해 수사 방지할 제도 필요
경찰대 개혁·수사개입 방지 대책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건물.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통해 독립적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상당한 명분을 축적하게 됐다. 하지만 그 대가도 만만찮아 보인다.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대 개혁 등 민감한 숙제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를 따져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모든 고소·고발사건 경찰로

이번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가진다는 점이다. 경찰은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는다.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을 경우에도 ‘재수사 요청’을 받을 뿐이다. 대부분 사건에 대해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고도의 자율성을 부여받은 셈이다.

검찰의 역할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할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2차적 수사권자로 재조정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위도 부패범죄·경제·금융·선거 등 특수사건으로 한정된다. 이들 사건 외에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사건번호를 부여해 경찰로 넘겨야 한다. 경찰개혁위에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영장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지만 경찰의 관계를 일방적인 지휘 복종이 아닌 견제와 균형 관계로 위치를 시켰다”며 “향후 국회 논의 등 과정에서 경찰에 적어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인정해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밖에도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 관할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헌법 개정 사항인 영장청구권에 대한 이의제기 권한도 얻게 됐다.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은 “과거 검사만이 유일하게 수사를 책임지던 시스템에서 바뀌어 1차 수사권자인 경찰이 본질적인 책임을 지는 쪽으로 구조가 바뀌게 됐다”며 “수사권 조정의 방향이 계속 진행될 경우 검찰은 공소유지 기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치경찰 확대, 조직·인력 축소 불가피

그러나 경찰은 명분에 가까운 ‘수사권’을 챙긴 대신 실제 조직을 쪼개는 등 숙제를 안게 됐다. 정부 합의안은 2019년부터 서울과 세종, 제주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화되는 경찰의 권한을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해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또 정부는 오는 2022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만료 내에 전국에 지자체에 자치경찰을 확대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둬 민생 치안 등에 대응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치경찰은 지역의 교통과 여성·청소년, 치안 등 역할을 맡게 된다. 자치경찰제는 현재 제주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주민의 생활안전, 공공시설 경비, 관광객 안내 등 직무 범위가 좁아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합의문에 따르면, 내년 안에 서울과 세종 등에서 운영되는 자치경찰은 제주 자치경찰보다 격상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은 “지역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경비, 교통 및 수사 분야의 사무 권한 및 인력”을 자치경찰에 이관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 가운데 일부를 떼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권 조정의 전제 조건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해왔던 검찰 쪽 입장이 반영된 모양새다.

다만 합의문에는 국가경찰 사무 가운데 어느 정도를 자치단체에 이관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향후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경찰대 개혁 ‘고양이 목 방울 달기’ 가능할까

경찰은 이밖에도 경찰대 전면 개혁 등 예민한 개혁안도 주문받았다.

경찰대는 그간 경찰 내부 ‘엘리트 문화’의 산실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5일 △선발인원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 △일반 대학생 등 편입 도입 △학비 개인부담 도입 등 경찰대 특혜 축소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향후 논의에 따라 보다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는 경찰에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옹호를 위한 제도·방안과 사법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찰이 수사 등 사법경찰 직무에 개입·관여하지 못하도록 절차와 인사제도를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경찰서장 등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경찰의 인권침해적인 수사방식도 당분간 집중적인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자백을 강요하는 등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 태도는 그동안 수사권 조정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경찰의 아킬레스 건 돼 왔기 때문이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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