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는 생각보다 키가 작았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최씨가 지난 2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인스턴트 스케치’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그림처럼 변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토록 보고 싶던 그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만났다. 2014년 겨울, 그의 집 앞에서 3주 정도 ‘뻗치기’(취재원을 무조건 기다리는 일)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최순실이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사동 근무를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수용사동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보안정문을 통과했는데 여자사동 출정 출입구 앞쪽에 법무부 승합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외부 병원 호송을 담당하는 교도관이 발을 동동 굴렀다. 외부 병원 진료를 받는 여자 수용자는 많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뭔가 있구나’ 싶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잠시 뒤 여자사동에서 한 여성이 수갑을 찬 채 교도관과 함께 걸어 나왔다. 최순실씨였다. 키가 작다는 얘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작았다.
다가가자 못 보던 얼굴이라 그런지 경계하는 눈빛이 날카로웠다.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옆에 있던 교도관이 안절부절못했다. 교도관 제복을 입고 있던 내게 그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안녕하세요.” “지내시는 데 불편은 없으시죠?”라고 묻자 옆의 교도관이 팔을 잡았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다른 여성 교도관과 함께 승합차에 올랐다. 그는 이날 강남의 한 대형 병원에 치료차 입원했다고 전해졌다. 외부 진료 예약 자체가 쉽지 않은 구치소 여건에서 외부 병원 입원은 흔한 일이 아니다.
서울동부구치소에는 김씨와 박씨 같은 이른바 ‘개털’(돈 없고 빽 없는 수용자를 일컫는 은어)만 있는 게 아니다. 최순실씨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범털’ 수용자도 여럿이다.
이 전 대통령은 중간 크기의 중방(10.3㎡, 3명 정원)에 홀로 수용돼 있다. 동부구치소는 통상 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사동 전체를 비웠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다 미연의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도소장과 보안과장, 허가받은 전담 교도관만 들어갈 수 있다.
지난 3월23일 새벽 구속수감되던 날, 이 전 대통령을 계호한 교도소 관계자는 수용거실의 바닥이 따뜻한지 먼저 손으로 짚어 봤다. 이를 본 이 전 대통령은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한겨레> <중앙일보>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소화가 안돼 주로 죽을 먹는다고 한다. 한 교도관은 이 전 대통령을 일러 “가든파이브를 만든 게 엠비인데 결국 자신이 조성한 문정단지로 들어온 셈”이라고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심장 질환으로 병동 독거실에 수용돼 있다. 침대가 있는 병동은 일반 사동에 비해 수용거실이 넓고 쾌적했다. 내가 그의 방에 갔을 때, 그는 법정에 나가고 없었다. 그 방은 일반적인 크기의 독거실(5.7㎡)보다는 더 컸다. 침대 한편에는 성경과 묵주가 놓여 있었다. 그는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가 법무부 신세를 지고 있었다.
동부구치소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최신식 아파트형 교정시설이다. ‘인스턴트 스케치’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그림처럼 변환했다. 오승훈 기자
동부구치소(서울시 송파구 정의로 37)는 문정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도심 속 최신식 아파트형 교정시설이다. 지하 2층 위에 지상 10층짜리 건물과 12층짜리 건물 4개가 중앙 복도로 연결된 구조다. 위에서 보면 날이 5개인 갈퀴 모양이다. 총 4개동에 808실로 수용 정원은 2070명(6월말 현재 2319명 수용)이다. 첨단 장비와 쾌적한 시설 등 근무 여건이 좋아 교도관들의 희망 근무지 1순위로 꼽힌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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