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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갑·족쇄에 머리보호대까지...5.7㎡ 징벌방 체험

등록 2018-07-25 05:00수정 2018-07-25 10:13

[기자, 교도관이 되다]
5.7㎡ 조사수용방 체험
지난달 27일, 오승훈 기자가 수갑, 족쇄 등으로 이뤄진 금속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인스턴트 스케치’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그림처럼 변환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제공
지난달 27일, 오승훈 기자가 수갑, 족쇄 등으로 이뤄진 금속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인스턴트 스케치’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그림처럼 변환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제공
쿵. 철컥.

전자식 도어가 잠겼다. 조사수용방(징벌방)에 갇혔다. 사동에서 가장 작은 방(5.7㎡)으로 두 평이 채 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출입문 맞은편으로 쇠창살이 보였다. 창문이었다. 바깥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건너편 사동만 눈에 들어왔다. 창문 오른쪽으로 수도꼭지가 달려 있었다. 그 앞에 양변기가 놓여 있었고 그 뒤를 관물대가 차지하고 있었다. 변기 옆으로 허리춤까지 가림막이 있었다. 똥을 눌 때 밖에서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관물대에는 법무부 마크의 골판지로 만든 밥상이 있었다.

출입문을 향해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양 무릎이 벽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서 있을 때보다 앉았을 때 폐소의 느낌이 더했다. 벽이 조여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이 실감됐다. 징벌방에는 티브이(TV)가 없고, 대신 규정에 따라 폐회로티브이(CCTV)가 출입문 오른쪽 위에 달려 있다. 징벌방은 신문 구독은 물론이고 접견, 서신 왕래도 금지된다. 기결수의 경우 가석방 심사 때 불이익을 받는다.

난동을 부리거나 자해하는 수용자는 규정에 따라 징벌방에서 금속보호대를 차고 있기도 한다. 시아르피티(CRPT)로 불리는 기동타격대 교도관이 내게 수갑을 채웠다. 손목 보호대를 끼고 있었지만 압박감이 상당했다. 수갑과 쇠사슬로 된 벨트가 연결됐다. 수갑 찬 손이 허리춤에 결박됐다. 온순한 마음이 들었다. 다리에도 족쇄가 채워졌다. ‘안 풀어주는 거 아니겠지.’ 공포가 엄습했다. 이런 상태에서도 머리를 벽에 박으며 자해하는 수용자가 있다면 머리 보호대를 씌운다. 태권도 경기 때 보는 헤드기어처럼 생겼다. 교도관이 내 머리를 보더니 “지금 중짜밖에 없는데” 난감해했다. 중짜는 확실히 작았다. 얼굴이 눌려서 엉망진창이 됐다. 금속보호대 착용 시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며 교도관이 그 모습을 찍었다. “규율은 개인을 ‘제조한다’. 규율은 개인을 권력행사의 목적이자 수단으로 삼는 권력의 특수한 기술이다.” 미셸 푸코의 말이 맞았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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