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양승태대법 행정처장, 판사비리 덮으려 ‘재판 개입’ 정황

등록 2018-07-25 19:58수정 2018-07-25 21:04

임종헌 하드서 추가 문건 드러나
부산고법 판사 향응 문제되자
행정처, 처장이 법원장에 전화해
관련 재판 개입 요청 내용
'말씀자료'까지 꼼꼼히 만들어
상고법원 논의 현기환 청 수석과
비리혐의 판사 친분 내용도 등장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현 대법관)이 일선 재판에 개입하려 한 구체적 정황이 확인됐다. 현직 부장판사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징계절차를 밟는 대신 해당 판사가 소속된 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리가 들통나지 않는’ 방향으로 재판 진행과 결론에 관여하려 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장→법원장→재판장’으로 이어지는 ‘일상적’인 재판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 결과,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6년 9월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작성한 ‘문아무개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문건을 확인했다. 행정처는 “이번 (사법 농단) 수사와 관련이 없다”며 문건 제출을 거부했지만, 관련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8월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천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정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리스크 검토’ 문건이 작성된 때는 부산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부산고법 문아무개 부장판사가 정씨로부터 수십 차례 향응을 받고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고 의심했다. 이에 검찰은 정씨를 기소할 때 문 부장판사의 비위 관련 사실을 법원행정처에 통보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별다른 공식적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 보도(<한겨레> 2017년 6월15~16일치)를 통해 대부분 알려졌지만, 당시 행정처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리스크 검토’ 문건에는 이에 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행정처는 고 대법관이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과 ‘통화’하기 위한 ‘말씀 자료’를 준비했다. 이 자료에는 ‘판사가 재판 내용을 유출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불만을 줄이려면 재판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증인신문을 1~2회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한 일간지 기자가 문 판사 비위에 관련해 문의를 해왔는데 무산됐다’, ‘법원행정처장이 고등법원장에게, 고등법원장이 재판장에게 연락한 사실이 배석판사들에게도 새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부탁한다’ 등 충격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항소심 재판은 ‘말씀 자료’대로 진행됐다. 결심공판을 예고했던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징역 8개월의 유죄가 선고됐는데, 정씨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검찰과 정씨 둘 다를 만족시킨 셈이다.

검찰은 행정처의 이런 재판 개입이 당시 정씨, 문 부장판사와 자주 어울린 것으로 알려진 현기환 전 정무수석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 자체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는 현 전 수석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핵심 대화 통로로 등장한다. ‘리스크 검토’ 문건에는 ‘문 판사가 현기환을 통해 어울렸다’는 내용도 나온다고 한다.

윤 전 고법원장과 문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법복을 벗은 뒤 정씨 변호인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부산지역 ㅎ 법무법인에 함께 들어갔다. <한겨레>는 윤 전 고법원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해명을 듣지 못했다.

김양진 현소은 기자 ky0295@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1.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2.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3.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1등급 커트라인 ↑, 표준점수 최고점 ↓…수학이 합격 ‘열쇠’ 전망 4.

1등급 커트라인 ↑, 표준점수 최고점 ↓…수학이 합격 ‘열쇠’ 전망

“사법부 탄핵” “판결 무효”…법정 밖 이재명 지지자 격앙 5.

“사법부 탄핵” “판결 무효”…법정 밖 이재명 지지자 격앙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