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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위안부소송 무력화’ 양승태 행정처, “일본 꾸짖어 비판여론 무마”

등록 2018-07-30 22:43수정 2018-07-31 09:10

“각하·기각 판결때 여론 악화 대응
일 반인권 행위 지적” 문건에 명시
위안부-강제징용 소송 개입 닮은꼴
삼일절을 하루 앞둔 지난 2월28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32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일절을 하루 앞둔 지난 2월28일 낮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32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위안부’ 피해자 소송 무력화 계획이 점입가경이다. “(국내의) 비판 여론 무마를 위해 일본의 잘못을 크게 꾸짖는다”는 황당한 계획까지 짠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 기조에 맞추기 위해 판결문을 ‘대본’으로 삼은 ‘법정 연출’까지 계획한 셈이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2015년 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정식 소송을 예고하자, 2016년 1월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1심 재판 결론을 피해자들이 패소하는 ‘각하’와 ‘기각’으로만 미리 검토한 사실(<한겨레> 30일 치 1면)이 확인된 바 있다. 30일 <한겨레> 취재 결과, 당시 검토 문건에는 “각하나 기각 판결이 마땅하다. 이 경우 국민적 비판이 예상되니, 판결문 내용에 일본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비판을 구체적으로 담아 비판 여론을 최대한 약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1심 재판 결론은 ‘위안부 패소’로 하되, 판결 이후 불어닥칠 역풍을 고려해 일제의 만행을 판결문에 자세히 담아 꾸짖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 안팎에서는 행정처의 이런 행태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의 협조와 해외공관 법관 파견 자리 확대 등을 위해 ‘위안부’ 소송을 ‘국정운영 협조 사례’로 활용하려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행정처의 이런 ‘위안부’ 소송 전략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행정처의 대처와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처 사법정책실은 2013년 9월 강제징용 재상고심 재판 지연 전략으로 “국외송달을 핑계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고 계획했다. 외국 정부나 외국 거주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 소장은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등을 거쳐 당사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실제 ‘강제징용’ 소송의 전범 기업들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소장에 결함이 있다’,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트집 잡으며 시간을 끌어왔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소송에서도 일본 정부는 “소장 송달 자체가 주권을 침해한다”며 소장 수령을 거부해왔다. 그간 소송을 낸 ‘위안부’ 피해자 32명 가운데 9명이, ‘강제징용’ 피해자 9명 중 7명이 숨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대법원이 앞서 내놓은 판결의 논리까지 뒤집은 점도 닮은꼴이다.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징용 소송에서 “1963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2013년 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이를 ‘셀프 부정’한다. 2016년 1월 작성한 ‘위안부’ 문건에서도 “한국 정부의 신인도, 외교적 마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한 판사는 “소송 성격이나 행정처가 마련한 전략, 실제 소송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행정처가 두 소송에서 전략을 ‘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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