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 로비를 위해 법원에 계류된 국회의원 관련 재판을 백분 활용하는 전략을 짠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중요도, 지역구 현안, 접촉 루트, 인간성 등 특징, 대화 소재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 접촉 방안을 마련한 부분도 상당수 있다.
31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사법농단과 관련해 조사한 410개 문서 중 법원행정처가 추가공개한 ‘대응전략티에프(TF)’ 작성‘(150324) 법사위원 접촉 일정 현황’ 문건을 보면, 전·현직 대법관 및 현직 판사 등을 총동원해 국회의원을 접촉한다는 전략이 나와 있다.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친·인척 관계인 민일영 대법관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서영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해서는 학생운동 시절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는 판사 출신 변호사를 활용하는 식이다. 이한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대법관인 박병대 당시 행정처장을 ‘키맨’으로 삼는다.
문건들은 의원들의 친분까지 이용해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의원들에게 로비하는 전략도 짠다. 상고법원에 대해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에 대해 “공식 접촉을 통한 정면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기획조정실 작성 ‘(150506)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문건도 “전해철 의원 설득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법사위 소속이 아니었던 전병헌 의원을 접촉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전병헌 의원이 “최근 개인 민원으로 법원에 먼저 연락 ? 민원 해결될 경우, 이를 매개로 접촉·설득 추진”한다며 ‘민원’을 받아주겠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행정처의 적극적인 ‘재판 상납’ 정황이 짙은 대목도 있다. ‘법사위원 접촉 일정 현황’ 문건은 상고법원 관련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의 대화 소재로 “대표발의 감사? 통과 시 법원이 늘 감사할 것이라는 점을 적절히 설명”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홍 의원이 2013년 10월 민사소송을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해 검찰은 현재 재판 거래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
상고법원 외에도 법원 신축 등 현안을 접목시킨 부분도 있다. 이병석 의원과 대화소재로 “노후화된 대구지법 청사 이전 적극 추진”을 언급한다. 이 의원이 지역구(경북 포항북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협조’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