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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문건, 핵심내용·이름 다 가리고…유불리 따져 공개수위 결정?

등록 2018-07-31 22:03수정 2018-07-31 23:59

[사법농단 문건 추가 공개]

“명예훼손 우려” 해명 납득 어려워
1차·추가 선별공개 이유도 의문

이미 검찰에 넘어간 문건 공개해
특별재판부 설치 여론 무마 노림수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이하 내용은 정당별 국회의원에 관하여 가까운 법조인, 주요 이력,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 등을 정리(60쪽 분량)한 것으로 공인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공개하지 않습니다.”(‘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

법원행정처가 31일 추가로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196개 문건에는 ‘공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핵심 내용이 뭉텅이로 삭제되거나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여야 국회의원 ‘접촉 루트’로 지정한 고위 법조인 이름은 예외 없이 ‘홍○○’ ‘이○○’, ‘김○○’ 등 익명 처리됐다. 당사자를 특정해 보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행정처는 문건 공개를 결정한 뒤 닷새 동안 꼼꼼하게 ‘구멍’을 뚫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비실명화 기준과 관련해 “개인정보, 사생활과 통신비밀 침해 최소화”, “국회의원과 법관의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주관적 평가 부분은 생략했다”고 밝혔다. 정치인과 법조인을 사찰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의 ‘주관적 평가’야말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을 규명할 주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행정처가 그동안 ‘유불리’를 따져가며 공개 수위를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추가 공개된 문건은 작성 주체와 내용에 비춰볼 때 ‘사법행정권 남용’, ‘사법 농단’과 직결된 것들이 상당수다. 지난 6월5일 1차 공개 문건(98건)과 비교했을 때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재판 독립 침해의 심각성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 앞서 1차 공개 당시 안철상 처장은 “특정 언론기관이나 특정 단체에 대한 첩보나 전략 문서 파일은 재판 및 법관의 독립 침해·훼손에 관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는 거리가 있어 공개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추가 공개된 문건 내용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행정처의 문건 추가 공개는 정치권에서 ‘법원판 특별검사’인 ‘특별재판부’ 설치 압박이 커지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를 약속했지만, 지금껏 행정처는 증거물 임의제출 등에서 단단히 빗장을 쳐왔다. 사법 농단 의혹 관련자들과 함께 근무했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행정처 전·현직 법관 등 30여명에 대한 압수수색도 대부분 불허했다. 수사를 받아야 할 기관이 수사 대상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는 독립적 특별재판부를 따로 꾸리는 법안 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날 문건 추가 공개는 지난 23일 전국법관회의에서 나온 ‘문건 추가 공개’ 결정을 행정처가 수용한 모양새이지만, ‘대법원 성역화’에 대한 법원 안팎의 비난과 특별재판부 추진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행정처로서는 문건 추가 공개로 ‘잃을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출을 거부하는 행정처 다른 문건들과 달리, 이번에 공개한 문건은 이미 검찰에 넘어간 것들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알려졌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피해 당사자’들이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된 문건 내용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행정처는 이날 추가 공개 이유로 “문건 내용이 검찰 수사 중 언론을 통해 유출”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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