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2월17일 재임용 탈락으로 법원을 떠나던 서기호 전 의원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법원노조와 시민들이 열어준 퇴임식에 참석해 국민의 힘 회원들이 선물한 '국민법복'을 입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판사 출신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판사 재임용 탈락 소송 재판 취하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사법농단 관련 미공개 문건 196개를 추가 공개한 31일, 서기호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서 전 의원이 19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1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때 “임종헌 당시 행정처 기조실장이 뜬금없이 ‘그 사건 재판 취하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재직한 서 전 의원은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카의 빅엿’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올린 뒤 이듬해 ‘낮은 근무 평가’를 이유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을 상대로 “연임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서 전 의원은 “이제와서 문건을 보니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며 “소 취하 권유는 재판장이 법정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왜 양승태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재판에 대해 법원행정처 임종헌 기조실장이 소 취하를 요구하는가” 반문했다.
대법원이 지난 31일 공개한 ‘거부권 행사 정국의 입법 환경 전망 및 대응방안 검토’ 문건 일부.
대법원이 추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서 전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행정처가 서 전 의원의 재판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발견된다. ‘거부권 행사 정국의 입법 환경 전망 및 대응방안 검토’ (2015년 6월 30일 작성) 문건에는 서 전 의원을 두고 “(상고법원에) 강력 반대”한다고 분석하며 “강온 양면전략 구사 → 동조세력 확산을 방지하여 고립시키는” 설득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압박 전략’으로 서 전 의원의 재판을 언급하면서 “1심 계속 중 → 7. 2. 변론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 필요”하다고 적었다. 서 전 의원의 재판은 행정처 문건에 언급된 대로 그해 7월 2일 변론이 종결됐고 한 달 뒤 서 전 의원은 패소했다.
서 전 의원은 “(법원 행정처가) 저의 재임용탈락 취소 소송 재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당시 추가 심리할 게 더 있었는데 전격적으로 변론이 종결되고 패소 판결 선고로까지 이어져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서 전 의원은 이어 “현직 국회의원의 재판까지 이렇게 버젓이 개입해왔는데, 일반 국민들의 재판은 오죽했을까” 물으며 “특별법을 제정해서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