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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조계, 대법 ‘헌재 무력화’ 전략에 “반헌법적 발상”

등록 2018-08-09 19:04수정 2018-08-09 20:40

헌재쪽 “재판관 출신 대법관 임명
양심따른 심판 막고 눈치보게 해”
“헌재와 대법원 갈등 심해졌는데
실행 방안까지 있었다니 충격적”
학계 “대법 하급심으로 편입 구상…
대법원장이 재판관 추천 문제있어”
대법, 공식 반응 안 내놨지만 ‘곤혹’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재판 역량을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한겨레> 9일치 1면)이 알려지자, 헌법학계에선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기 권한에만 몰두한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선의의 경쟁 대신 ‘헌법기관 무력화’ 전략을 짰다는 점에서 ‘재판 거래’ 못지않은 ‘사법 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10월 ‘최고법원’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헌재 존립 근거 위협 △헌재 역량 약화 △헌재 여론 악화 방안 등을 담은 대외비 문건을 만들었다.

9일 헌재 관계자와 헌법학자들은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과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헌재 무력화 도구’로 쓰려 했던 방안이 “단연 압권”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건에는 헌법재판관 출신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해 ‘대법원 예속화’를 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헌법재판관을 대법관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게 해 ‘눈치보기’를 시킨다는 것인데, 법과 양심에 따른 심판을 가로막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헌재를 대법원의 ‘하급심’으로 편입시키겠다는 구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참에 대법원장의 권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헌재 고위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지명권을 국민 기본권 보장이 아니라 대법원 이익을 위해 행사했다면 그 권한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종수 교수도 “학계에서는 대법원을 견제해야 할 헌법재판관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것 자체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행정처가 검토한 ‘헌재의 재판 역량 약화 방안’과 관련해 “뜬소문이 아니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헌재 관계자는 “양쪽 갈등이 심해지면서 대법원이 이른바 ‘문제 판사’를 헌재에 보내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헌재 안팎에서 돌았는데 정말로 유사한 실행 방안이 있었다니 충격적”이라며 “헌재 내부에서도 ‘황당하다’, ‘어이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과거 행정처가 헌재 파견 법관 교육을 하면서 헌재 내부에서 (법원 권한과 충돌하는) ‘한정위헌’이나 ‘재판소원’ 분위기가 있으면 바로 법원에 ‘직보’하도록 했는데, 그 내막을 알 만하다”고 말했다. 헌재 파견 법관에게 ‘스파이’ 임무도 부여한 셈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헌재소장 자리에 판사가 아닌 검찰 출신인 박한철 소장이 임명된 것도 행정처가 무모한 전략을 세운 배경으로 꼽힌다. 박 소장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재에 다시 심판을 청구하는 ‘재판소원’ 검토 필요성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헌재 쪽은 “검찰 출신인 박 소장이 취임할 때부터 법원 내부에서는 ‘사전 조율이 불가능하다’며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런 노골적인 적대 전략을 마련했을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날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선 ‘한솥밥’ 먹던 법원 출신이 다수인 헌재를 ‘낮춰보는’ 노골적 시각이 공개된 것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소은 김민경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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