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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방탄 법원’…재판거래 의혹 압수수색 영장 또 무더기 기각

등록 2018-08-10 09:24수정 2018-08-10 10:09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 소송 재판거래 혐의 등 수사 완강히 제동
2016년 1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1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소송 관련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행정처와 전·현직 대법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판사는 10일 ‘재판거래’ 문건을 작성한 전·현직 행정처 심의관 및 전·현직 주심 대법관, 전·현직 재판연구관 및 행정처 보관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법관 해외 파견을 위해 외교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징용 소송 등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문건을 작성한 전·현직 행정처 심의관들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다. 앞서 행정처 사법정책실·기획조정실·사법지원실 등이 징용 소송 등을 미루는 대신 외교부 등으로부터 법관 해외 파견 자리를 얻어내는 내용의 문건을 잇달아 작성하고, 실제 외교부 등 관계자들을 접촉해 접대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판사는 “상관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따른 것이 뿐”이라며 기각했다고 한다.

박 판사는 또 당시 강제징용 사건을 담당했던 대법원 재판연구관(판사)들에 대해서는 “사건을 검토했을 뿐”이라는 것을 기각 이유를 댔다고 한다. 이어 행정처에서 보관하는 징용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자료들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임의제출됐고, 행정처가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영장 발부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징용 사건이 5년간 이유 없이 미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전·현직 주심 대법관이 재판 관련해 만든 자료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 청사에서 행정처 관계자들이 참관하는 상황에서 대법관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담긴 파일 중 관련 자료만 추출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에서 강제징용 및 ‘위안부’ 관련 ‘재판거래’ 의혹 관련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지난 2일 행정처 사법지원실 국제심의관실 및 전·현직 심의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외교부 동북아국, 기획조정실 등 인사부서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내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검찰은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강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번에도 법원은 ‘임의제출 가능성’, ‘재판 침해 가능성’, ‘상부 지시에 의한 일방적 행위’ 등을 이유로 무더기 기각한 것이다. 하지만 “선배 연구관 및 대법관이 ‘징용’ 사건 파기 검토도 지시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당시 재판연구관의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또 행정처 자료에 대해서는 ‘임의제출 가능성’을 이유로 빗장 치는 것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안방 지키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신일철주금 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은 양승태 행정처 시절 재판 거래가 의심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2012년 5월 대법원 소부는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2013년 8~9월 같은 사건을 다시 넘겨받은 대법원은 5년째 심리를 미루다 지난달 갑자기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 연기 대가로 해외 공관 등에 파견할 법관 자리를 청와대와 외교부로부터 얻어낸 정황도 이번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비슷한 모양새다. 행정처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직후 이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 이 소송은 2년 넘게 1심 법원에 계류돼 있다.

아울러 검찰은 양승태 행정처 시절 상고법원을 비판한 판사 등에 대한 인사 불이익 의혹 수사를 위해 행정처 인사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했지만, 또다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판사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대상 법관이 통상적 인사 패턴에 어긋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미 이같이 진술한 법관들의 경우, 행정처가 해당 법관의 동의를 얻어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할 것”이라며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행정처는 인사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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