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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막무가내’ 영장판사…또 ‘노골적 예단’ 기각

등록 2018-08-15 18:46수정 2018-08-15 21:30

부산고법 비리 판사 사건 무마 의혹
행정처장-고법원장 ‘말씀자료’ 문건 확인
이후 문건대로 재판 진행됐는데도
서울중앙지법 또 관련 법관 영장 기각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법원 전시관 안에 법관의 양심과 독립 등을 명시한 헌법 제103조가 적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 물증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노골적 예단’이 또다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2015~2016년 ‘스폰서’ 관계였던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의 뇌물 사건 재판 내용을 빼내 전달한 혐의로 문아무개(49) 전 판사와 정씨의 집과 사무실 등을 15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현직 법관이던 문 전 판사의 비위 의혹을 검찰로부터 전달받고도, 이를 덮기 위해 ‘법원행정처장→부산고법원장→재판장’으로 이어지는 재판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문 전 판사를 제외한 관련 전·현직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14일 모두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당시 고영한 행정처장(전 대법관)이 윤인태 부산고법원장(현 변호사)에게 전화로 전달할 내용을 담은 ‘말씀 자료’ 문건을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검찰의 불만을 줄이려면 (정씨 관련) 재판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증인신문을 1~2회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재판은 ‘말씀 자료’대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이미 선고일이 정해졌던 재판이 문건 내용처럼 실제로 변론 재개되어 진행된 사실 등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영장전담법관이 ‘예단’을 통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재판이 이상하게 돌아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양한 증거들이 나와 있는데도, 영장판사들이 보기엔 재판 개입은 없으니 그게 사실인지를 확인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지연 의혹과 관련한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며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검찰은 2013년 12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사이에 징용 재판 연기를 논의했다는 외교부 회의자료를 확보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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