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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양승태, 윤병세 장관에 ‘법관 해외파견’ 직접 청탁했다

등록 2018-08-20 05:00수정 2018-08-20 08:27

2014년부터 수차례 공관 자리 요청
검찰, 외교부 압수 자료로 확인
윤 전 장관도 같은 취지 진술
‘징용 재판 거래’ 책임선 드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징용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소송 결론을 미루는 대가로 청와대와 외교부로부터 해외 파견 법관 자리를 얻어낸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번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법관 파견을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한겨레> 취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2014년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윤 전 장관에게 해외공관 파견 법관 자리를 확보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며 이런 사실을 파악했고, 지난 13일 검찰에 나온 윤 전 장관도 조사 때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중단됐던 법관의 해외공관 파견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네덜란드 대사관(2013년 2월~), 주유엔대표부(2014년 2월~), 주제네바대표부(2016년 2월~) 등으로 확대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징용 ‘재판거래’ 의혹 관련 직접 수면 위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면담한뒤 법관 파견을 청탁했고, 이 내용이 윤 전 장관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외교부는 면담 직후 “대법원 애로사항은 판사 해외공관 파견 확대. Deal(거래) 거리 有(있다)”는 문건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번엔 사법부의 수장까지 나서 행정부의 장관에게 직접 청탁을 한 사실마저 드러나면서, ‘징용 재판거래’의 책임 소재가 좀 더 분명해진 셈이다.

특히 청탁이 처음 이뤄진 2014년 초는 2013년 8~9월 대법원에 재상고된 징용 소송 심리불속행 기간(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대법원 접수로부터 4개월 이내에 이뤄짐)이 끝난 시점이다. 2013년 12월1일 법원행정처장이던 차한성 전 대법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병세 전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과 ‘4자 회동’을 가지며 징용 결론 연기 및 전원합의체 회부를 통한 파기 방안을 논의한 직후이기도 하다.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징용 소송 연기를 ‘실현’한 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민원 해결’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또 양 전 대법원장과 김 전 실장이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이 지난 2일 외교부에서 압수한 ‘비서실장-대법원장 말씀자료’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이) 확정되면 한일관계가 어려워진다”며 “재판 결론을 미루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파기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사항이 담겼다고 한다. 이 문건은 2013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징용 재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직후 외교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같은 요청사항을 사전에 접수하고, 차 전 대법관을 대신 보내 ‘거래’를 공식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정황에 비춰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징용 재판 결론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직접 접수하거나, 차 전 처장 등을 통해 보고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청와대의 ‘의중’이 양 전 대법원장 등을 통해 징용 재판을 진행하던 대법관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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