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폐 청산과 사법농단 피해 회복을 촉구하는 교사선언과 사법농단과 법외노조 관련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추가제소 발표 기자회견'이 지난 6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사법농단에 의한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규탄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최대 노동사건 가운데 하나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사건에서, 박근혜 청와대가 고용노동부의 소송 서류 제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해당 문건을 대신 작성해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교조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판결 때까지 미뤄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서울고법은 2014년 9월19일 이를 받아들였다. 고용부는 이에 ‘전교조를 다시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려달라’며 재항고했고, 고용부를 대리하던 변호사들도 법원 결정에 반발해 총사임했다.
28일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14년 10월8일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사건 당사자인 고용부를 제쳐놓고 재항고이유서를 고용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고용부는 이를 같은 날 대법원에 그대로 제출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고용부 관계자들을 불러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조사로 당시 청와대가 전교조 소송을 ‘총지휘’한 정황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항고이유서’를 사전 감수한 정황도 들여다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서류 제출 전날인 2014년 10월7일 날짜로 작성된 ‘(141007)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하기도 했다(
▶[단독] ‘전교조 법외노조’, 대법·정부 사전조율 증거 나왔다). 이 문건은 실제 법원에 제출된 재항고이유서와 소제목 등 형식 및 내용 측면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대법원이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매개로 은밀히 공모해, 노동부의 명의만 빌려 재판에 깊숙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은 아울러 고용부쪽 변호사들의 ‘집단 사임’도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기획’하에 이뤄진 정황도 포착했다. 당시 고용부 쪽 변호사들은 재항고 당시 ‘집단 총사임’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서류 작성 등 변론 과정에 관여했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자신들이 작성한 재항고이유서 대신 청와대 문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6월2일 대법원이 고용부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되살리며,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 상태가 됐다. 같은 해 8월 성사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2015년 8월6일) 직전 행정처가 만든 ‘대법원장 말씀자료’에서 해당 결정은 ‘국정운영 협력사례’로 등장한다.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소송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는 다른 행정처 문건들에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서울고법의 인용 결정 직후인 2014년 9월 말에 행정처가 생산한 문건들에는 “(이 사건의 위헌제청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단일대오 할 필요”(9월24일), “(법외노조일 경우 보조금이 제한되고 단결권·단체교섭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 “(서울고법의) 효력정지 결정은 부당하다”(이상 9월25일) 등 문구가 다수 등장한다.
한편, 이날 검찰은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유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법원행정처에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행정처 심의관들 상당수는 검찰 조사에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문건의 일부는 자신이 쓴 기억이 없다거나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수정됐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심의관들로부터 보고받은 문건을 직접 수정하거나 다른 심의관에게 보완을 요구하는 식으로 작업한 것으로 보고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등의 심의관들이 작성한 문건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양진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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