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의 통로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중요사건 보고제도가 폐지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이 중요사건의 접수와 처리 결과를 법원행정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대법원 규칙 ‘중요사건의 접수와 종국 보고’(중요사건 예규)를 전면 폐지한다고 6일 공표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으로부터 중요사건의 접수, 판결, 영장 심사 결과 등에 대한 보고나 긴급보고를 더이상 받지 않게 된다.
그동안 법원행정처는 △국회의원, 장·차관, 법관 등 법원 공무원, 검사, 변호사,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이 피고인인 형사사건 △중요 선거범죄 사건 △이들 사건의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구속적부심 결정, 보석 또는 구속집행정지 결정 △국민참여재판 사건 △법관 등 법원공무원의 불법행위 관련 민사사건 △언론 보도 사건 등에 대해선 사건 접수 및 처리 결과 등을 이메일이나 팩시밀리 등을 통해 각급 법원에서 보고받았다.
법원행정처는 “중요사건 보고는 애초 원활한 사법행정 지원과 사법정책 수립을 위한 현황 파악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재판 독립에 대한 내부적 침해에 대한 우려나 권위적 사법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법 농단) 현안과 관련해선 영장에 대한 종국 보고 등이 문제 되기도 했다”며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구현하기 위해선 행정처와 각급 법원이 수평적·자율적 소통방식에 따른 상호 협력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는데, 현행 예규는 이에 맞지 않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처는 중요사건 예규 폐지에 따라 중요 부패범죄 사건이나 국민참여재판 사건에 대해선 사건 접수 및 판결 결과 등에 대한 보고를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제때 처리돼야 할 중요사건의 전국적 현황 파악을 위해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에 대한 중요사건의 처리 결과 보고제도는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보고 대상이 될 중요사건은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의 선정 및 배당에 관한 예규’에서 정한 선정기준에 따라 각급 법원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선거범죄 사건도 사건 접수 보고는 폐지하되, 선거범죄 재판제도 개선과 양형 자료 수집 등을 위해 선거범죄 사건의 판결 등 처리 결과에 대한 보고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증권 관련 소송은 현행대로 법원행정처에 접수 및 처리 결과를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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