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9일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소환했다. 검찰은 그가 행정처와 대법원 재판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의심, 실제 ‘재판개입’이 있었는지를 규명할 핵심인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전 10시 유 전 연구관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출석에 앞서 유 전 연구관은 취재진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2월부터 2017년 1월 고위 법관(차관급 예우)인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며 대법원 재판의 조사·연구를 총괄했던 그는 올 2월 퇴직 때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재판자료 수백 건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다. 이 자료들은 대법원이 심리하는 사건의 논의 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기밀 문건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채윤 씨 특허소송 상고심과 관련해 재판 쟁점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량의 대법원 문건을 발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6일 기각됐다. 이에 검찰이 유 전 연구관의 기밀자료 불법반출 혐의를 고발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범죄 혐의 성립을 검토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절했다.
유 전 연구관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박채윤씨의 특허소송 상고심과 관련해 재판 쟁점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넘긴 의혹,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의원직 복직을 청구한 행정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지 검토하는 내용의 행정처 문건을 전달받은 의혹 등도 받는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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