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 만에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환자 ㄱ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15년 이후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저녁 6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메르스 확진자) 접촉자 관리를 위해 환자와 귀국행 비행기를 함께 탄 동승자 등 일상접촉자에 대해 일대일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이상 상태를 매일 체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 2m 이내에서 접촉한 ‘밀접접촉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낮은 일상접촉자까지도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일상접촉자로 분류될 경우, 메르스 잠복기인 14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전화·문자메시지로 연락을 하고, 의심 증상이 생길 때 스스로 연락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바꿔, 매일 담당 공무원이 접촉자에게 연락해 이상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10일부터 일상접촉자가 머무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접촉자를 일대일로 맡는 담당 공무원을 지정할 방침이다.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탄 탑승객 389명(이미 한국 떠난 10명 제외) 등 439명이 일상접촉자다. 다만 일상접촉자로 분류된 동승자 389명 가운데 105명은 외국인이라, 이들에 대한 관리가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애초 질병관리본부는 항공기 동승자 가운데 확진자가 탄 좌석의 앞뒤 3개 열에 앉았던 10명만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격리 조처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가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항공기 1·2층 공간이 분리돼 있었다. 메르스는 침이 튀거나 손을 통해 감염되는 병이라 이를 감안해 국제 기준에 따라 확진자 좌석 앞뒤 3개 열 탑승객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낙연 총리는 “2015년 (메르스 방역)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 피해자가 한 분도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15년 5월20일 첫 메르스 확진자 발생 당시, 정부가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그해 12월23일 유행 종료를 선언한 날까지 모두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 가운데 38명은 세상을 등졌다. 메르스 감시체계나 환자 접촉자들에 대한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탓이다.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거나, 거쳐간 병원 명단도 확진자가 나온 지 2주가량 지난 6월7일에야 공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부채질한 바 있다.
채윤태 한일병원 과장(감염내과)은 “3년 전과 비교할 때 메르스 확진에 대한 초동 대처는 나아진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비행기나 공항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얼마나 잘 관리될지, 확진자의 감염력(한 사람이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정도)이 얼마나 될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한 단계 올리고 모든 시도별로 지역 방역대책반을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국외 감염병 발생)→‘주의’(국내 재출현 감염병 제한적 전파)→‘경계’(감염병 지역사회 전파)→‘심각’(감염병 전국적 확산) 단계로 올라간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밤 10시부터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를 가동하고, 같은 날 17개 시도 재난안전실장 및 질본 관계자들과 긴급 영상회의를 열어 밀접접촉자 관리방안 등을 협의했다.
박현정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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