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주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인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얼굴탈을 쓰고 수의를 입은 채 두사람의 구속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조비리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직보’하고,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으로부터 받은 영장지침을 영장판사들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차장)은 13일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신 부장판사의 서울중앙지법 사무실, 과거 영장전담 판사들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12일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임종헌 차장이 법관비위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신 부장판사로 하여금 법관비위 정보를 수집하게 한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판사들 비위에 대한 수사 정보를 구두나 사본을 통해 신 부장판사에게 보고했다는 점에 대해 영장판사들이 상세히 진술하여 이 부분 사실관계는 충분히 확인되었으므로 압수수색 필요성이 부족하다”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몇몇 관련자에 대해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고 한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기관 내부에서 정보를 주고받은 것이므로 서부지법 관련 사건, 헌재 관련 사건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앞서 법원은 2016년 법원 집행관 비리 사건 관련 정보를 행정처에 빼돌린 의혹을 받는 나상훈 전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현 대구지법 포항지원 부장판사), 헌법재판소에 파견돼 근무하며 헌재 내부정보를 행정처에 보고한 의혹을 받는 최희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나 부장판사의 경우 유출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수사 정보가 전달된 점, 최 부장판사의 경우 ‘외부기관’인 헌재 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에서 ‘행정처-일선 법원’ 사이의 ‘정보 맞교환’과는 다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법원이 누차 강조해온 ‘사법행정과 재판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사건에서도 수사기밀이 기관 외(법원행정처)로 유출됐고, 같은 중앙지법 소속 판사들 여러 명이 추가적인 금품수수자로 의심받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영장판사의 주장은 그야말로 ‘재판의 독립 원칙’을 법관 스스로 부정하는 위헌적인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또 신 부장판사들이 작성해 행정처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에 ‘판사 수사 확대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고 기재돼 있는 점을 근거로 “(신 부장판사 등 행위는) ‘법관비위 대처방안 마련을 위한 법관 비위 정보 수집’과는 전혀 무관한 행위”라고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영장판사들로부터 참고인 진술 등 수사기밀을 제공받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또 행정처가 내려준 영장 관련 지침을 영장판사들에게 전달해 다른 판사들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신 부장판사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3일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신 부장판사가 보낸 보고서를 검찰이 갖고 있으므로 압수수색을 통해 어떤 증거자료를 취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등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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