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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수사방해 눈감고…대법원장 “수사 협조”

등록 2018-09-14 07:38수정 2018-09-14 17:14

사법부 70돌 기념식서 “철저 규명”
구체 방안 없이 기존 입장 되풀이
문 대통령 “반드시 진상 밝혀야”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손뼉을 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이진 성 헌법재판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손뼉을 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이진 성 헌법재판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적극적인 수사 협조” 등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는 데 그쳤다. 진상규명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아, 법원이 검찰 수사와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장기화하면 대법원장 리더십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서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며,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두달여 검찰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재판거래 의혹 등이 드러났는데도 “최근 사법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현안”이라고만 에둘러 표현하면서 “통렬히 반성하고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축사에서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라며 사법 위기의 핵심을 분명하게 거론한 것과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또 법원의 잇따른 압수수색영장 기각에 대한 거센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수사 협조 방안이나 신속·공정한 진실규명을 보장할 장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서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며,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6월 말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힌 대국민담화를 ‘재탕’한 수준이다.

대법원 쪽은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만 언급했던 김 대법원장이 “여러 현안”이라고 표현한 것은 재판거래 의혹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재판거래는 있을 수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제는 “매우 심각하게 사안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행정처에도 적극 협조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영장심사와 관련해서는 “그런 식의 개입을 했다가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영역”이라며 ‘재판 독립’을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김 대법원장의 언급은 지금의 사법 위기와 국민적 불신을 타개할 의지와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 협조’는 앞으로 영장심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또다시 현직 고법 부장판사의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70주년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그동안 대법원이 추진해온 자체 개혁방안 설명에 할애했다. 그러면서 “사법발전위원회의 여러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 사법부 의사만 반영되지 않도록 외부기관이나 단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도 과거 법원 독립을 요구했던 두차례 사법파동을 거론하며 “지난날처럼 이번에도 사법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법부 민주화라는 대개혁도 이뤄낼 것”이라고 격려했다.

■ 행정처 셀프 개혁 논란 그러나 최근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의 뜻과 배치되는 듯한 ‘셀프 개혁안’을 소개하고 나서는 등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행정처는 지난달부터 법무부, 국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에서 사법개혁 방향 설명회를 진행했다. 법원 안팎에선 개혁 대상인 행정처가 개혁안을 만든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처가 제시한 내용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처가 만든 설명자료에는 ‘사법행정회의’ 구성 방안으로 법관만 참여하는 1안과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2안을 소개했다. 사법행정회의는 대법원장이 독점하던 사법정책 결정권을 분산해 일선 법관과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수평적인 의사결정 기구다. 앞서 사법발전위는 지난 7월 “사법행정회의 위원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되, 적정한 수의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는데, 행정처가 이런 논의 결과를 ‘참고사항’ 수준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또 행정처가 “2023년까지 2년 단위 ‘행정처 비법관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것도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을 두지 않는다”는 사법발전위 건의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처는 또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없앤 뒤에도 기존 고법 부장판사들의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는데, 사법발전위는 이미 고법 부장판사 지원 범위 등을 재조정하라고 건의한 바 있다.

사법발전위 건의 내용을 뒤집은 듯한 행정처의 ‘셀프 개혁안’에 일부 위원과 전문위원이 항의했다고 한다. 김창보 행정처 차장은 지난 11일 “위원회 건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법원 내부 통합이나 개혁을 확실히 밀고 나갈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 축소된 행사, 가려진 초상화 이날 기념식은 10년 단위로 치러지는 큰 행사지만, 지난해 69주년 행사가 열렸던 대법원 1층 대강당보다 훨씬 좁은 2층 중앙홀로 장소가 변경됐다. 고위법관들의 참석도 크게 제한됐고 리셉션도 취소됐다. ‘사법농단’ 수사 대상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불참했다. 중앙홀 양쪽에 걸려 있는 양 전 대법원장 등 전임 대법원장들 초상화는 행사 전시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려졌다.

행사가 열린 대법원 밖에선 사법농단 규탄 기자회견 등이 이어졌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기념식을 할 게 아니라 사법농단 해결을 위해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김민경 고한솔 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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