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헌재 무력화’ 관련 업무수첩에 ‘대’자 빼곡… 양승태 깨알 지시

등록 2018-09-17 04:59수정 2018-09-17 09:07

2015년 대법원 양형위 위원이던
이규진 수첩에 ‘대’ 소제목 아래 담겨
사법정책실에 전달해 문건 만들어
한정위헌제청결정 재판연구관실
“직권 취소 안돼” 지적에도 강행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고 김영한 수석은 업무수첩에 ‘장’(長)이라고 쓴 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깨알같이 적었다. 김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주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됐다.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선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이 ‘폭발력’을 주목받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자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위원은 업무수첩에 ‘대’(大)라고 쓴 소제목 아래 누군가의 지시사항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가 대법원장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가 지시한 업무수첩 내용은 그대로 대외비 문건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5년 10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과 양형위원회는 경쟁 관계인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방안’ 문건을 만들었다. 이런 사실은 검찰 수사에서 확인(<한겨레> 8월9일치 1면)됐는데, 동일한 내용이 이 전 위원의 업무수첩에도 등장한다.

문건에는 △헌법재판관에 ‘급 낮은’ 판사를 추천해 헌재 결정의 권위를 하락시키고 △법원 출신 헌법재판관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해 법원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하게 하는 방안이 담겼는데, 이는 이 전 위원의 업무수첩에 적힌 ‘대’ 지시사항과 내용은 물론 목차까지 상당 부분 일치한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일선 법원이 내린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뒤집도록 했다는 의혹(<한겨레> 12일치 5면)과 관련해,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이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도 해당 결정이 번복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행정처 요구로 재판연구관실 헌법 담당 연구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한정위헌’을 ‘단순위헌’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판부 직권 취소 △결정문 경정(자구 오류 수정)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해당 결정은) 경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직권 취소 밖에 없지만 기속력(이미 내린 결정의 효력)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사건 당사자에게 이미 ‘한정위헌 취지로 헌재의 판단을 구한다’는 결정문이 송달됐기 때문에 이를 번복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해당 재판부는 이런 결정을 직권 취소 한 뒤 ‘단순위헌’ 취지로 변경했다. 검찰은 헌재에서 한정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대법원 판결의 위상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이런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