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2014년 1월7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던 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2014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 당시 증거를 조작해 재판 및 수사를 방해한 전직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1급) 등 고위 간부들이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2014년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 수사 때 처장(3급) 및 과장(4급) 등 실무자들만 처벌돼 꼬리자르기 의혹이 제기됐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만에 이뤄진 재수사로 당시 국정원 윗선의 조직적인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 서천호 2차장 등도 증거조작에 가담한 단서를 포착, 수사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문서 변조·행사, 증거은닉 등 혐의로 이아무개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1급)을 구속기소하고, 최아무개 전 부국장(2급)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전 국장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의 항소심 재판 때 유씨의 북한 출·입경 기록과 관련된 중국 주선양총영사의 가짜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증거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이듬해 3월에는 수사팀이 중국 협조자 ㄱ씨에 대한 조사 자료를 요청하자, ㄱ씨가 위조사실을 시인한 자료는 고의로 누락하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이 전 국장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관여 사실을 감추려고 예산관련 서류에서 ‘국장 보고’ 문구를 빼도록 하는 등 공문서를 변조해 검찰에 제출한 사실도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이 전 국장은 휘하 이아무개 전 처장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조직을 믿고 소신 지켜야 명예도 지키고 내가 사는 길이다”, “모든 수사실무는 전적으로 처장선에서 처리했다고 진술하라”, “대한민국의 존망이 이 처장님 어깨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라” 등의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처장이 종국적인 책임이 있는 것처럼 꾸며 국정원 윗선을 비호해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이 전 처장과 김아무개 과장 등이 증거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고, 두 사람은 각각 벌금 1천만원과 징역 4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 전 국장과 최 전 부국장도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들의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유씨는 간첩 혐의에 대해 1심부터 상고심까지 내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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