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 대법원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한 용도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외교부 의견서’ 제출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재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개입 정황이 더욱 짙어졌다.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2016년 9월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임종헌 행정처 차장 등으로부터 외교부 관계자와의 면담계획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임 전 차장 등은 “이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외교부 의견서 제출 절차를 개시하겠다며 ‘재가’를 구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를 승인하며 “전합에 회부될 거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다만 내 임기 안에 (파기) 결론까지 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대법원장은 소부에 관여않지만, 당시 대법원은 대법원장이 전합 회부 권한을 갖는 위원회를 운영했다.
이후 임 전 차장과 이 기조정장 등은 그해 9월29일 외교부를 찾아 “늦어도 11월 초까지 의견서를 보내달라”고 당부하며 양 전 대법원장 발언도 전달했다. 당시 외교부와의 면담 결과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실장 등의 진술과 문건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외교부 의견서에 담길 ‘새로운 쟁점’을 명분으로 이 사건을 자신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로드맵을 사실상 총괄했다고 의심한다. 이를 통해 앞서 2012년 5월 대법원이 내린 배상 판결을 깨려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차한성·박병대 당시 행정처장이 각각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만나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 지연 및 파기 계획을 논의한 사실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담당 재판연구관은 의견서 제출뒤 전합 회부 절차에 나섰다고 최근 검찰에서 진술했다. 대법원도 지난 7월 “2016년 11월부터 수차례 걸쳐 전합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재상고된 지 5년여 동안 결론이 나지 않다가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지난 7월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전합 회부 석 달만인 오는 30일 선고가 이뤄진다.
현소은 김양진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