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사법농단’으로 불리는 불법행위 실무 총책임자로 지목된 그가 구속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임 전 차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27일 새벽 2시3분께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국회 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뒤늦은, 수사 130여일 만에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처음 확보한 검찰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조만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 전 차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한 뒤, 최종적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임 전 차장 구속영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일선 재판부의 한정위헌제청 결정 번복 △법관 사찰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공보관실 예산 비자금 조성 등 여러 사안에서 임 전 차장과 공모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또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거래,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혐의 등에,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관련 재판개입 등 사안에서 임 전 차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6시간 가까이 진행된 영장심사에서 임 전 차장과 변호인은 “검찰이 수사를 잘해서 진실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죄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며 구속을 피하려 했지만, 이런 방어전략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제시한 문건과 진술 등 부인할 수 없는 사실관계는 인정해 법원의 구속 판단은 일단 피하되, ‘그런 행위가 범죄는 아니다’라고 적극 항변해 이후 재판에 대비하려 했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검찰이 제시한 재판거래 증거 등의 심각성이 예상보다 컸고, “직원들이 알아서 한 것에 불과하다” “복종 의무가 있는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상관이 지시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손발’이 없는 청와대를 행정처가 도와준 것이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여야 4당이 사법농단 사건 특별재판부 도입 논의를 본격화한 것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잇단 압수수색영장 기각 논란으로 법원 신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마저 기각됐을 경우 특별재판부 설치를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현소은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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