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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직 법원장 “검찰, 개인 스마트폰 등 툭하면 들여다보려 해”

등록 2018-10-29 19:36수정 2018-10-31 13:50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 법원 내부망에 글 올려
“법원, 검찰에 영장 발부하는 기관 아냐”
검찰의 ‘먼지털이식 압수수색’ 관행 지적
비판없이 영장 발부해온 법원에도 자성 촉구
‘제식구’ 수사하자 수사·재판 관행 비판 쏟아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인색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여! 메멘토 모리! 당신의 주거와 PC, 스마트폰, 그리고 계좌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현직 법원장이 검찰의 ‘마구잡이식’ 압수수색 관행을 지적하면서 그간 비판의식 없이 검찰에 영장을 발부해온 법원에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은 29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압수수색의 홍수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제 식구’를 수사하고 나서자, 각종 수사·재판 관행에 대한 법원의 비판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최 법원장은 먼저 검찰이 압수수색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법원장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사생활의 영역으로 주거, 차량, PC, 스마트폰, 통장계좌를 꼽을 수 있다. 이 개인적인 공간에 수사기관은 참 관심이 많다. 툭하면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문제는 ‘증거를 찾기 위해’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혐의를 찾기 위해’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울리는 속담으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는 어구를 덧붙였다.

최 법원장은 ‘검찰에 대한 업무 협조’를 이유로 비판의식 없이 영장을 발부해온 법원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판사는 검사에게 영장을 발부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장삼이사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브라더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우리 법원이다. 검사의 업무에 협조하는 데만 몰두했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데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거기(검찰)에 불려 다니는 형편이고, 우리 사무실,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은 통계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기각되고 있다”며 “저는 저의 양심을 믿기 때문에 영장을 담당하는 판사님들의 양심도 믿는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죄송하지만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 것 아닐까”라고 밝혔다.

그는 ‘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어구 ‘메멘토 모리‘를 인용하며 법원의 신중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의 주거, 우리의 PC와 스마트폰, 우리의 계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삼이사의 주거, 장삼이사의 PC와 스마트폰, 그들의 계좌도 함부로 털려서는 안 된다. 그래야 민주국가”라며 “어떤 기관이나 단체는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을 물리력으로 봉쇄하기도 합디다만 그럴 힘이 없는 장삼이사의 사생활의 자유를 지켜줄 곳은 법원(뿐)”이라고 당부했다.

법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때, 고위 법관들은 연이어 검찰의 수사 관행 등을 비판하는 모양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법원 내부망에 ‘밤샘수사, 논스톱 재판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의 이른바 ‘밤샘수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임종헌 전 차장이 지난 15일 검찰에 출석해 다음날 새벽 5시께 귀가한 직후 강 부장판사는 글을 올려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워 묻고 또 묻고 하는 것은 근대 이전의 ‘네가 네 죄를 아렸다’고 고문하는 것과 진배 없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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