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4일께 재판에 넘겨진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된 임 전 차장에 대한 공소장 초안 검토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200여쪽이 훌쩍 넘는 임 전 차장 공소장에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상고법원 도입 등을 대가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뒷거래한 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 30여개 범죄사실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연이어 지난해 3월까지 차장을 지내다 법관사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퇴직했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임 전 차장의 ‘윗선’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 이번 공소장에는 지난달 23일 접수한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날 수사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사법농단 수사에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기소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추가로 진행되는 혐의 있지만 이번 기소 내용은 영장범죄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기소와 함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다음 주께 실시할 계획이다. 두 대법관은 2014∼2016년 법원행정처의 상고법원 로비가 본격화됐던 시기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각종 불법행위를 지시 또는 승인했던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박병대 전 대법관은 2014년 10월 김기춘 전 실장과 ‘2차 공관 회동’에 참석해 일제 강제징용 재판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인 2015년 5월 이후로 지연되도록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부산 건설업자 뇌물 사건 때 법관 비리를 덮으려고 법원장 등에게 직접 압박을 넣는 등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수뇌부였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어 이번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7일 차한성 전 대법관을 소환하는 등 피의자와 참고인의 경계에 있는 전·현직 대법관들에 대한 조사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 소송을 비롯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죄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치 사건,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등 재판개입이 의심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지목돼 조사가 필요한 전·현직 대법관들만 10명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소송을 심리하면서 법원행정처의 지침을 전달받은 정황이 드러난 이동원·노정희 현 대법관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대법관에 대해 필요한 경우 적절한 방식으로 조사 진행하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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