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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행정처의 ‘특급 법률서비스’ 뇌물죄 될까

등록 2018-11-16 14:25수정 2018-11-16 21:18

청 ‘전교조 재항고 이유서’ 대필
상고법안 발의 홍일표 의원 비리
대응전략 짜주고 재판장에 청탁
“엘리트 법관 동원 특급 서비스
김앤장 이상의 엄청난 값어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재판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킨 ‘사법농단’ 사태의 주역으로 지난 14일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행정처) 차장의 핵심 혐의는 일단 ‘직권남용’이다. 하지만 행정처가 전교조 관련 재판에서 고용노동부(청와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해 준 일이나 홍일표·유동수 의원 관련 재판의 대응 전략을 짜 준 일 등 각종 법률서비스를 제공한 일부 혐의에 대해선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법조계 지적도 나온다. 검찰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윗선’에 대한 본격 수사를 앞두고 뇌물죄 적용 여부 등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 당사자들에게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률서비스와 행정처의 법률서비스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웃돈을 줘서라도 법원 내부 사정에 훤한 행정처 쪽을 택하지 않겠느냐”며 “김앤장 타임차지(시간당 수수료 산정)도 수십만원이 넘는데, 정확한 환산은 어렵겠지만 당시 행정처가 엘리트 법관들을 동원해 제공한 ‘특급 법률서비스’의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임종헌 공소장에 ‘반대급부’ 등 뇌물 사건 ‘단골어휘’ 다수 등장

임 전 차장 공소장(송기헌 의원 제공)을 보면, ‘이익’, ‘대가’, ‘반대급부’, ‘부탁’ 등 뇌물 사건에서 단골 등장하는 어휘들이 다수 등장한다. 2014년 12월 임종헌 당시 행정처 기조실장은 소속 정다주 심의관에게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가 제기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처분에 대한)효력정지 재항고 사건을 인용할 경우 대법원이 얻는 이익, 이익을 극대화할 시점, 인용 결정 대가로 청와대에 요구할 반대급부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다.

당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2013년 9월)에 대해 전교조가 효력정지 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2013년 11월)에 이어 서울고등법원(2014년 9월)까지 전교조 손을 들어준 직후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즉각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김종필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임 전 차장에게 노골적으로 “대법원에 제출할 재항고 이유서 작성을 도와달라”(2014년 9월)고 부탁했다. 이에 임 전 차장은 당시 기획조정실 조원경 심의관 등에게 “서울고등법원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지시, 조 심의관은 ‘전교조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라는 보고서를 작성(2014년 9월29일)했다. 이 보고서는 상당 부분 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에 인용돼 담당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됐다. 임 전 차장은 이후 정다주 당시 심의관을 통해 작성한 문건(2014년 12월3일)에서 이런 재항고 이유서 ‘대필’의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입법추진△대법관 임명 제청△법관의 재외공관 파견△법관 증원 및 헌재와의 의견대립 등에 있어서의 협조 등을 꼽기도 했다. 모두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 공무원들이 ‘직무’로 도울 수 있는 일들이었다.

■ 전교조 사건 재항고이유서 대신 써주고 ‘박근혜 청와대’ 각종 지원 기대

상고법원 도입안 대표 발의자인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행정처가 홍 의원과 관련된 민·형사 사건들의 대응 전략을 짜준 일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 부탁을 받은 임 전 차장은 당시 이국현 기조실 심의관에게 지시해 2015년 3월과 8월 홍 의원이 ‘피고’인 사해행위 취소소송(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려 빼돌린 재산을 찾기 위한 소송) 항소심 재판에 대해 진행경과와 예상 쟁점, 결과(승소가능성) 등을 파악하도록 해, 그 결과물을 홍 의원에게 전달했다. 특히, 임 전 차장은 담당인 이두형 재판장에게 연락해 ‘홍일표 의원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또 홍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2016년 11월 구민경 당시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장에게 ‘홍일표 의원의 방어방법, 벌금 100만원 미만 선고 가능성’ 등을 검토하도록 해 작성된 문건을 홍 의원에게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행정처가)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홍일표 의원으로부터 상고법원을 비롯해 향후 사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및 법원 등에 대해 도움을 받기로 계획했다”고 적시했다.

■뇌물죄 판례에서 ‘부당한 이익’은 유·무형 이익 모두 포함

또 2016년 6월 사법부가 특허청과 ‘무효증거 제출제한 제도’를 놓고 이견을 나타낼 때, 사법부 입장을 대변해 줬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반대급부도 ‘화끈하게’ 제공해 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8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유 의원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행정처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양형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2016년 11월21일)해 항소심 대응 전략을 짜줬다. 이 문건에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184회 이용해 획득한 판결문 내역, 양형 이유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무효증거 제출제한 제도’ 도입 저지 등과 관련된 지속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례를 보면 뇌물죄에서의 ‘부당한 이익’은 직무에 대한 대가로 수수자에게 경제적·법적·인격적 지위를 유리하게 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재산적 이익뿐 아니라 유형·무형의 이익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대법원은 피의자와 성관계한 검사 사건에서 ‘성관계’를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사건 중간단계일 뿐”이라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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