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인 권순일 대법관의 피의자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이 사건 관련 전·현직 대법관을 모두 조사한 뒤인 다음달 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이르면 다음달 말, 늦어도 내년 1월엔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한겨레> 취재 결과, 권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판결 고의 연기뿐 아니라 다른 사안에도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피의자로 입건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만약 권 대법관이 입건되면 현직 대법관으로서는 초유의 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권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맡고 있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권 대법관이 여러 건에 조금씩 걸려 있어 피의자(의 상태)에 가까이 가고 있다”며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 (검찰) 출석 때 공개 여부도 그 부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점과 관련해 “권 대법관을 포함해 전·현직 대법관이 모두 (검찰청을) 다녀간 뒤에 (출석 시점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수사가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11월 중에는 어렵고 12월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구속기소)의 공소장 내용 등을 미루어 권 대법관 이외에 이인복 전 대법관과 현직인 이동원·노정희 대법관 조사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노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재판개입 논란이 불거진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 하급심 재판장을 지냈다.
검찰은 앞서 박병대·차한성·민일영 전 대법관을 공개 또는 비공개로 조사했고, 이날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혐의가 확인된 고영한 전 대법관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고 전 대법관은 오전 9시10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법원행정처 행위로 국민과 후배 법관에게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하다. 사법부가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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