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였던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강원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관련 첩보를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나눠 수사하고 있다.
27일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4월께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은 최 전 사장의 측근인 최아무개씨 주변 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뭉칫돈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최씨는 채용비리 수사단에 ‘최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아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강원도당 당직자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 최 전 사장은 이 돈이 권성동·염동열·정문헌 의원에게 주는 돈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세 사람은 당시 강원지역 의원이었다.
강원도청 공무원 출신인 최 전 사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컷오프에서 탈락했다. 이듬해 4월 이광재 지사가 중도하차하며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는 당 내부 경선에서 엄기영 후보에게 밀렸다. 세번째 도전인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해 그해 2월 강원랜드 사장에서 물러난 그는 4월30일 당내 경선을 거쳐 강원지사 후보가 됐다.
채용비리 수사단은 5천만원 관련 진술을 대검찰청에 보고했고, 문무일 검찰총장은 해당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등으로 이첩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채용비리 수사단이 야당을 대상으로 별건 수사를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2014년 당시 (돈을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강원도당 당직자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는 자유한국당 중앙당 당직을 맡아 선거를 치르고 있었다. 돈의 명목, 사용처, 실제 전달 여부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해 이첩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검 쪽은 “드루킹 특검이 별건 수사를 피하기 위해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지난 7월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이 석 달 넘게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석연찮은 부분이다. 대검은 “사건을 넘겨받은 부서가 대한항공 일가 수사 등으로 바빴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돈 전달 대상으로 지목된 전·현직 의원은 “당시 경선으로 강원지사 후보가 정해졌다. 최 전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최우리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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