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겨레 자료사진
임용 20년째 앞둔 김아무개 부장판사
재임용심사 1차 탈락 ‘극소수’ 포함
양승태 시절 ‘물의 야기 법관’ 찍혀
심사기간 절반 이상이 ‘사법농단’ 시절
재임용심사 1차 탈락 ‘극소수’ 포함
양승태 시절 ‘물의 야기 법관’ 찍혀
심사기간 절반 이상이 ‘사법농단’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허위 진단까지 첨부해 인사 불이익을 주려했던 판사가 재임용심사에서 1차 탈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판사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 대상인 2012~17년도 ‘법관 근무성적 평정’ 등을 근거로 이뤄진 재임용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내년 4월 임용 20년째를 맞는 김아무개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말 이뤄진 재임용 1차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은 헌법에 따라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지만, 10년마다 재임용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관인사위원회는 판사가 연임을 신청하면 지난 10년치 근무성적 평정 등을 가지고 1차 심사한다. 그중 아주 일부가 판사로 연임시키기에 부적절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받는데, 김 부장판사가 ‘극소수’에 포함된 것이다.
법이 정한 판사의 재임용 탈락 사유로는 △신체 또는 정신상 장해 △근무성적의 현저한 불량 △판사로서의 품위 유지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다. 김 부장판사는 2012년 ‘횡성한우’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가 서면경고를 받았다. 대법원은 다른 지역에서 키우던 한우라도 강원도 횡성에서 두 달 정도 키우면 ‘횡성한우’ 상표를 붙일 수 있다고 했는데, 앞서 이 사건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가짜 횡성한우”라며 유죄를 선고했었다. 2014년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댓글공작 사건 1심 판결을 두고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해 재판부만 ‘선거 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린 것은 ‘지록위마’”라고 비판했다.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 부장판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시를 한 사실이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수첩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후 대법원 법관징계위는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김 부장판사의 재임용을 판단할 인사자료의 절반 이상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2011년9월~2017년 9월) 만들어졌다. 근무평정 권한을 갖는 법원장들은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김 부장판사의 재임용 1차 탈락 결정은 최근 사법농단 검찰 수사팀이 법원행정처에서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내용이 알려지기 전에 이뤄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접 결재한 이 문건에는 김 부장판사의 ‘재임용 심사 날짜’와 함께 허위 정신병력 진단까지 포함됐다. 관련 문건에는 김 부장판사 등 눈엣가시 판사들의 근무성적 평정을 자의적으로 깎는 직권남용 행태도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한 판사는 “평정의 공정성과 신빙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를 근거로 재임용 심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관련자 탄핵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온갖 인사 불이익을 당한 법관만 잘라내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했다.
오는 6일 법관인사위원회(위원장 조희대 대법관)는 당사자인 김 부장판사로부터 의견을 듣는다. 재임용 여부는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대법관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