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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관 다수 배출 ‘명문 기수’ 출신 박병대·고영한…피의자로 법대 앞에

등록 2018-12-05 16:35수정 2018-12-05 20:03

6일 영장심사 전망
박병대(왼쪽 사진)·고영한 전 대법관. <한겨레> 자료사진
박병대(왼쪽 사진)·고영한 전 대법관. <한겨레> 자료사진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319호, 321호 영장심사 법정으로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들어선다. 박 전 대법관은 이 법원에서 민사수석부장판사를, 고 전 대법관은 파산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11기 중에선 김영란·김용덕·김지형·박상옥·이인복(이상 대법관)·서기석(헌법재판관), 12기에선 김신·박시환·조재연(이상 대법관)·송두환·김창종(이상 헌법재판관)이 최고 법관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12기이다. ‘명문 기수’에서 대법관에 이어 사법행정 2인자인 법원행정처장 자리에 올랐던 두 사람이, 수십 년 익숙했던 ‘법대’가 아닌 피의자로 후배 법관 앞에 서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심사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로, 법원의 판단과 상관없이 사법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박 전 대법관 영장심사는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은 명재권 부장판사가 맡는다. 기존 영장전담 부장판사(박범석·허경호·이언학)가 사법농단 연루 판사와 근무지 등이 겹쳐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뒤 추가로 ‘증원’된 이들이다.

두 전직 대법관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6일 밤 또는 7일 새벽에 나올 전망이다. 서로 ‘조율’했다는 시비를 피하기 위해 결과는 따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321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은 박근혜·김기춘·임종헌은 모두 구속됐다.

영장 발부와 관련한 ‘경우의 수’를 놓고 법조계 전망은 팽팽하게 갈린다. 우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핵심 혐의로 한 두 사람 모두에 대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간 검찰이 확보한 사법농단 관련 법원행정처 문건은 수천건에 달한다. 문건 내용을 뒷받침할 판사 등 관계자 진술도 다수 확보됐다. 임종헌(59·구속기소) 전 행정처 차장이 ‘윗선’ 관련성을 함구하고 있지만, 두 전직 대법관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당시 행정처 심의관(판사)들의 진술이 구체적이다. 특히, 눈엣가시 판사들을 골라 불이익을 줬다는 물증인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같은 문건에는 ‘박병대’ ‘고영한’ 자필서명 결재가 선명하다. 이런 물증에도 ‘밑에서 알아서 한 일로, 자신은 잘 모른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경우, 법원은 곧잘 구속영장을 내준 바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법행정의 달인’이라고 치켜세워지던 두 사람이 스스로 ‘사실은 아무 것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두 사람 모두 기각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이들로부터 지시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직속 부하’인 임 전 차장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행정처 심의관들은 검찰 조사에서 “임종헌의 지시를 받긴 했지만 이는 원래 행정처장이나 대법원장의 지시였던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영장심사에서 검찰이 이 ‘연결 고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법원은 “다툼이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 사건에서 법원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윗선의 구속영장을 번번이 기각했다. 삼성 쪽이 작성한 문건은 다수 확보됐으나, 윗선 지시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 정도나 재직 기간이 다르다는 점에서, 혐의가 비교적 무거운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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