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2014년 1월7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던 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 당시 증거를 조작해 재판과 수사 등을 방해한 전직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는 공문서 변조, 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아무개(59)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아무개(58) 전 부국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조작한 거짓 증거 때문에 항소심 재판을 받던 유우성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문서 변조 혐의 등에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하는 서류가 이미 비닉 처리된 상태에서 비닉 처리 사실 자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아래위 간격을 맞춰 공문을 오려 붙인 행위는 처음부터 그런 문구가 기재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국가안전 보장을 위한 기밀유지에 필요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하는 서류는 비닉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억울함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중국 협조자로부터 증거 조작을 시인하는 진술이 나오자 이를 녹음한 테이프를 없애고 새 진술을 받게 했다는 혐의(증거은닉) 등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2014년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 수사 당시 실무자들만 처벌돼 ‘꼬리자르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4년 만에 이뤄진 재수사로 이 전 대공수사국장 등 국정원 윗선이 간첩 증거조작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전 국장은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의 항소심 재판 당시 유씨의 북한 출·입경 기록과 중국 주선양총영사의 가짜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증거로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증거 조작’ 의혹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중국협조자가 증거 위조 사실을 시인한 자료는 고의로 누락해 제출하는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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