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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박병대 전 대법관, 고교 후배 사건에 ‘셀프 배당’ 의혹

등록 2019-01-20 12:28수정 2019-01-20 07:26

1·2심 진행 중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무단 접속 재판 관련 정보 열람하기도
'사법농단 의혹'의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법농단 의혹'의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법농단’의 주요 피의자 중 한 명인 박병대 전 대법관이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가 연루된 재판의 정보를 알기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수차례 접속한 정황과, 이 재판의 상고심을 배당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지난 18일 재청구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가 연루된 1·2심 재판의 상황을 알기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무단 접속한 혐의(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가 추가된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또 박 전 대법관이 이 재판의 상고심을 배당받아 직접 재판을 진행한 사실도 드러나, 검찰은 배당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8월, 투자자문업체 ㅌ사의 대표인 이아무개(61)씨는 통신회선 제공업체 ㅁ사를 일본 회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28억5천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가법상 조세포탈)로 기소됐다. 그런데 이씨의 고등학교 선배인 박 전 대법관은 이 사건의 1·2심이 진행 중일 때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10여 차례 접속해 이 사건의 재판 상황을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이렇게 알게 된 정보를 토대로 이씨에게 재판에 대해 수시로 자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ㅌ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해 이 사건은 2012년 8월 대법원에 넘겨졌다.

이후 이 사건의 상고심은 대법원의 3개 소부 가운데 박 전 대법관이 포함된 1부에 배당됐다. 검찰은 이씨가 고등학교 선배인 박 전 대법관에게 “상고심 재판을 맡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을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2013년 11월 ㅌ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사건 배당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이 재판을 맡게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당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또 설사 배당에 개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이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박 전 대법관이 스스로 사건을 맡지 않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2017년 3월 퇴직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박 전 대법관의 부탁으로 ㅌ사에서 고문 자리를 얻게 되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ㅌ사의 탈세 사건 상고심 배당 과정과 임 전 차장의 재취업 사이에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제3자 뇌물수수 등 새로운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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