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24일 새벽 2시께 구속영장이 발부돼 대기하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4일 새벽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으로 정점을 찍은 사법농단 검찰 수사는, 구속수사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설 연휴 전후로 마무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고,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게 된다. 여기에 차한성 전 대법관, 이규진·이민걸·김시철 고등법원 부장판사, 방창현·정다주·박상언·김민수·시진국·문성호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의 경우 기소가 확실하거나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 명의 담당 재판부를 정하는 데도 애를 먹었던 서울중앙지법은 전·현직 고위 법관 무더기 기소를 앞두고 ‘공정한’ 재판부 배정이라는 부담을 다시 떠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초 임 전 차장의 기소가 임박하자 형사합의재판부 3개(34~36부)를 서둘러 증설했다. 기존 형사합의부 재판장의 절반 가까이가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함께 일했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재판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같은 달 14일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은 새로 구성된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에 배당됐다. 법원은 형사합의부 재판장끼리 협의한 뒤 연고 관계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하고, 남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기소될 경우에도 같은 방법으로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 관심은 무엇보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어느 재판부에서 맡을까에 쏠린다. 만약 임 전 차장 사건과 병합될 경우 형사36부가 맡게 된다. 공모 관계로 묶인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 사실이 상당 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판사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공소사실이 비슷해 보여도 쟁점이 달랐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은 공소사실이 거의 겹친다. 병합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법원으로서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재판부에 배당된 뒤 동일한 범죄사실에서 유·무죄 판단이 다르게 나올 경우 빚어질 혼란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다만 같은 재판부에 배당되면 전직 대법원장이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임 전 차장과 사실관계를 두고 다투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다른 재판부(형사합의34·35부)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석 달 가까이 구속 상태에 있는 임 전 차장과 재판 속도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임 전 차장의 경우 두 달 넘게 4차례 공판준비절차를 밟는 느림보 진행을 하다가, 오는 30일에야 첫 공판이 잡혔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재판 민원 청탁 사실까지 불거지며 특별재판부 논의는 완전히 꺾인 모양새다. 또 다른 판사는 “(특별재판부는) 사실상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고 짚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