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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범기업과 재판 거래, 양승태 구속 ‘스모킹건’으로

등록 2019-01-24 11:56수정 2019-01-24 20:54

전직 대법원장 구속 어떻게 가능했나
지시사항 ‘대’(大)자로 표시한 이규진 업무수첩
서명 고스란히 담긴 ‘물의 법관 인사조치 보고’…
양승태가 사법농단 몸통이라는 물증 차고넘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법농단의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의 수사는 고비마다 법원의 ‘철벽 수비’와 맞닥뜨려야 했다. 일선 판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마저 번번이 기각됐고, 정점에 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향하기는 더 힘들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진 막판 ‘대반전’ 요인을 짚어봤다.

■ 방어 논리 고갈

지난해 6월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법원은 다양한 법리를 활용해 방어막을 쳤다. 수사 초기엔 “부적절하지만 죄가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초기 증거수집 과정인 압수수색을 막았다. 심지어 “자료를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심정적 추측만으로 압수수색을 불허하기도 했다.

이런 노골적인 조직보호 논리는 부메랑이 됐다. 유례없는 ‘90% 기각률’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고, 결국 사법농단 연루자들과 근무연 등에서 자유로운 명재권·임민성 부장판사가 영장전담판사로 새로 투입되는 상황에 몰렸다.

지난달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땐 “공모관계 소명이 안 됐다”는 이유가 새롭게 제시됐지만, 이 역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 앞에서 오래가지 못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마저 기각됐다면, 유일하게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혼자 알아서 각종 재판 개입과 사법농단을 벌였다는 논리가 된다. 몸(임종헌)은 죄를 저질렀지만 머리(양승태)는 몰랐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 직접 관여 물증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일본 전범기업 대리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집무실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해당 변호사는 판결 번복 가능성 등을 담은 대법원장 면담 결과를 정리해 내부 보고서로 만들었는데, 지난해 11월 검찰이 이 보고서를 확보하면서 수사 흐름이 대반전을 하기 시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사항을 대법원장을 뜻하는 ‘大’(대)로 표시해 꼼꼼히 기록한 ‘이규진 업무수첩’이나, 대법원장 본인이 직접 V(브이) 표시를 해 인사 불이익을 주도록 한 ‘물의 야기 법관 문건’도 그가 이번 사법농단 사건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스모킹 건’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자필로 결재한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의 경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댓글공작 사건 재판 결과를 비판한 특정 법관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는 식의 거짓말까지 담겨 있어 법원 내부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 “거짓말, 조작” 자충수

법관으로 42년을 살아온 ‘법률가 양승태’에게도 구속을 피할 묘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정교한 법리나 검찰 수사의 허점을 노리기보다 일단 부인하고 보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물증인 ‘이규진 업무수첩’에 대해서는 “수첩이니 나중에 가필하는 식으로 조작됐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김앤장 문건’에 대해서는 “그 변호사가 왜곡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후배 법관들의 진술 조서에 대해선 “법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회피했다고 한다.

■ 담벼락 성명에 ‘법원 공멸’ 우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대법원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 등도 거쳐 갔던 포토라인은 그냥 지나쳤다.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대법원을 병풍 삼는 등 ‘특별대우’를 바라는 모습에 “오만하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법관들만 의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나마 온정적이었던 법관들 중에서도 “고개를 못 들겠다”고 돌아서는 이들이 생겼다. 양 전 대법원장을 계속 감쌀 경우 ‘법원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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